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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의약품 품질관리'…문제는 '인력·전문성 부족'

  • 2021.04.27(화) 15:09

KGMP, PIC/S‧ICH 가입 통해 급진적 제도 개선
인력‧전문성 부족 등 문제…관리 감독 강화 필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비보존제약과 바이넥스에서 적발된 불법 의약품 임의 제조가 대형 제약사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은 GMP(우수 의약품제조·관리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허가사항을 벗어나 임의로 제조된 의약품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의약품 임의 제조 사건을 계기로 GMP의 역사와 현황, 향후 개선점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란 우수한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원료 제조부터 출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관리기준을 정한 가이드라인이다. 의약품 제조소의 구조 및 설비와 의약품 원료‧자재 구입, 제조‧포장‧출하 등 전 공정관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 최악의 의약품 부작용으로 탄생한 GMP

GMP 도입은 역사상 최악의 의약품 부작용 사건이었던 ‘탈리도마이드’가 계기가 됐다. 현재 다발성 골수종(골수에 다발로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 및 한센병(나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만성 감염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탈리도마이드’ 성분은 1950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최면제와 진정제로 사용됐다.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임산부의 입덧방지용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면서 판매가 중지됐다.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태어난 기형아만 1만 2000여 명에 달했다. 당시에는 임상시험 없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입증만으로도 허가가 났다. 유럽, 특히 영국에서 허가와 함께 활발하게 사용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시험자료 미비, 부작용 근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부작용 피해는 유럽에서 나왔다. 미국은 단 17건에 불과했다. 미국의 피해자들은 일부 연구목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63년 엄격한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제정했다. 이것이 GMP의 시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도 GMP 도입을 권고하면서 각국에서 적극 도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 심사‧허가를 위해 동물실험(전임상) 후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임상시험계획신청(IND) 제도도 생겼다.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 허가를 획득한 의약품은 GMP 기준에 따라 제조‧관리가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1977년에 GMP를 도입해 1995년 5월부터 의무화됐다. 

◇ 발전하는 글로벌 GMP…한국은 뒤늦게 정비

포괄적으로 GMP라고 부르지만 국가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GMP의 시초인 미국 GMP는 통상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로 부른다. 초기에는 FDA GMP로 불렸지만 2002년 기존 품질 관리 시스템과 위험관리 접근 방식을 통합한 'cGMP'를 고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세계보건기구는 WHO GMP, 유럽은 EU-GMP, 우리나라는 KGMP다. 

그동안 cGMP를 필두로 세계 각국의 GMP는 매년 규정을 개정하면서 업그레이드됐다. 우리나라는 1977년 강제성 없는 자율화로 도입돼 1995년 의무화되기 전까지 규정에 큰 변화 없이 운영돼왔다. 그 사이 타이레놀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GMP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미국 시카고에서 1982년 타이레놀을 복용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타이레놀 리콜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소매 판매 제품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독극물을 주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cGMP에 부정조작방지 포장이 추가됐고 컴퓨터 시스템 실사 지침 등 '밸리데이션' 가이드라인도 생겼다. 밸리데이션이란, 최종 제품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설비‧공정‧시험법 등에 대한 적격성평가를 의미한다. GMP의 가장 핵심 규정이 바로 밸리데이션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국내 보건당국은 대폭 변화한 cGMP와 격차를 줄이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뒤늦게 KGMP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MP 관련 연구 용역과제 공모를 통해 지난 2008년에서야 밸리데이션을 포함하는 등 대대적으로 KGMP를 손봤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건 지난 2014년이다. 우리나라는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이어 2016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PIC/S는 GMP와 실사의 국제 조화를 주도하는 국제협의체다. PIC/S 회원국은 의약품 실사정보를 공유해 의약품 허가 등록 시 필요한 GMP 실사를 면제받거나 간소화 할 수 있다.

특히 ICH 가입은 중요하다. ICH는 의약품 안전성, 유효성, 품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하는 의약품 규제분야 국제협의체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위원회(EC), 일본, 스위스, 캐나다에 이어 여섯 번째로 ICH에 가입했다. ICH 가입을 위해서는 GMP와 안정성 시험, 임상시험관리기준 등 필수 가이드라인을 운영해야 한다. 

ICH 가입에 따른 이점도 있다. ICH 정회원은 국제 의약품 규제 관련 정책 수립, 집행, 승인 등 총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의약품 허가·심사 관련 가이드라인 제·개정 시 국내 입장도 적극 반영할 수 있다. 또 ICH 회원국 지위를 통해 해외 진출 시 일부 허가요건이 면제되거나 허가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즉 ICH 회원국은 의약품 해외 수출이 더 수월하다는 의미다.

◇ 부실투성이 KGMP, 드러난 '민낯'

하지만 최근 KGMP의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 2019년 고혈압 치료제, 위장 질환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에서 잇따라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추정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제약업계, 중국발 발암물질 더 무섭다(2월 24일)

최근에는 허가 사항과 다르게 임의로 의약품을 제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앞서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이 첨가제 임의 사용하고 제조기록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관련 품목 제조 및 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가 이뤄졌다. 

또 식약처가 후속조치로 신설한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의 추가 점검에서는 대형 제약사인 종근당이 9개 품목을 임의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근당은 국내 GMP가 도입되기 전 1973년 처음으로 GMP를 도입했던 제약기업이었기에 업계 충격은 더욱 컸다. 이밖에도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무허가 원액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생산했다가 적발된 메디톡스도 허술한 GMP 운영 및 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GMP 운영 및 관리 부실은 예전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한국법인이 지난 2013년 어린이 타이레놀현탁액, 니조랄액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자동화로 이뤄져야 할 약액 충전을 수동으로 주입하면서다. 약액을 수동 주입하면서 주성분 함량이 자체 품질관리(QC) 기준을 초과했다. 허가사항에 기재된 주성분은 함량을 초과할 경우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어 반드시 기준함량을 준수해야 한다. 

당시 국회는 허가 후 강제실사 등 사후관리 규정이 없는 GMP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모든 제조소에 대한 실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해외 제조소 현지실사와 등록제에 대한 법적 근거는 2019년 불순물 사태로 2차 피해를 겪고 난 후에야 마련됐다.

문제는 인력부족‧전문성

이 같은 의약품 품질 관련 사건들은 모두 GMP와 직결돼 있다. 단순히 GMP 제도를 강화, 개선하면 의약품 품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유럽과 국내 GMP의 세부 가이드라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KGMP의 문제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의약품 품질 사태들은 미국 FDA 지침 발표나 기업의 자진 신고, 제보 등으로 적발됐다. 의약품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 보건당국이 추가 조사를 진행, 또 다른 사례들이 잇따라 발견된다. 가장 큰 책임은 GMP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기업에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에서는 최초 GMP 인증 이후 3년마다 제조소 정기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제조소가 위치한 지역청에서 주감시원과 부감시원 총 2~3명으로 감시팀을 구성한다. 의약품품질과 등 업무 소관부서에서 선발하며 약사 출신으로 구성한다. 반면 FDA는 cGMP 최초 인증 이후 2년마다 정보 및 자료를 검토하고 주기적으로 의약품 제조소 실사를 진행한다. FDA 내부 부서뿐만 아니라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규제부(ORA) 지역사무소 등에서 GMP 실사조사원을 구성한다. FDA는 GMP 실사조사원으로 전공을 특정하지 않고 교육을 통해 육성한다. 

결국 국내 GMP 실사의 문제점은 인력부족과 전문성에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제조관리 책임자로 반드시 약사를 고용해야 한다. GMP에서 가장 중요한 밸리데이션의 경우 국내에서는 GMP 보고서 작성 이행만으로 밸리데이션을 준수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내 의약품 제조관리 책임자도 약사, GMP 실사를 진행하는 약사감시원도 약사인만큼 서로에 대한 암묵적인 신뢰가 있어서다. 반면 FDA는 비전문가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밸리데이션 보고서에 기재된 대로 제조‧관리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점검한다. 

식약처도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식약처는 GMP 실사를 진행하는 약사감시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분야별, 경력별 특성에 맞는 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또 PIC/S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라 지난해 전 공정 위탁제조 품목에 대한 GMP 평가 자료제출을 의무화했다. 올해는 의약품품질시스템(Pharmaceutical Quality System)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약품 제조소 불시 점검을 연중 실시하고 고의적 위법 행위 시 GMP 적합판정 취소, 위반행위를 통해 얻은 부당한 이익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약사법 개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1곳만 해도 시설관리, 제조‧품질관리, 제조환경관리, 문서관리, 밸리데이션 등 GMP 실사 범위가 넓어 2~3명 조사원으로는 제대로 점검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실사조사 인력을 확충하고 약사 외에 관련 전문성을 갖춘 물리‧화학 전공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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