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가 '5년 간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이를 통해 한국 셀러(판매자)들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겠다는 계산이다. 한국 셀러들의 진입장벽을 낮춰 취급 상품 품질을 높이고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 구축, 고객 응대 서비스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판매 프로그램 개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25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미디어 및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포럼을 열고 한국 셀러들이 해외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오는 10월에 공식 론칭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은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의 케이베뉴 채널에 입점하는 셀러들이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일본에서 판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향후 점진적으로 판매 국가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셀러들이 한국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알리익스프레스가 운영 중인 다른 국가 및 지역의 1억5000만명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후 알리바바 그룹의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산은 상품이 고객에게 배송 완료된 후 15일 이내에 주문 건별로 이뤄진다. 결제는 알리페이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달러로 진행된다. 국내 배송은 국내 물류 파트너가, 글로벌 배송은 한국 우체국을 통해 진행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K-뷰티 및 K-패션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추후 K-푸드, K-팝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셀러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서 국내와 해외 판매 조건을 통일하거나 달리할 수 있다. 향후에는 국가별 자동 가격 설정 기능도 제공키로 했다.
수수료 없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파격적인 판매자 정책도 내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판매자들에게 5년 동안 수수료와 보증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기존 K-베뉴 입점 셀러들은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신청해야 한다. 기존 K-베뉴 입점 셀러 대상 수수료 0% 정책은 올해 12월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의 효과는 이미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한국 셀러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판매 채널 'K-베뉴'를 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 간 K-베뉴에 입점한 국내 판매자 수는 월 평균 148% 증가했다. 현재 K-베뉴 셀러 수는 1만여 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셀러들의 번거로움을 더는 전략도 마련했다.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 지원 백엔드 △다국어 무료 번역 시스템 △고객 서비스 자동 번역 등을 제공키로 했다. 이와 함께 셀러들이 상품 등록 시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등록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기존에 다른 이커머스에서 등록한 상품을 끌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내 기업이나 셀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셀링을 통해 국내 셀러들이 비용이나 언어에 대한 부담 없이 해외로 판로를 넓히고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알리바바 그룹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원을 활용해 국내 브랜드들이 전 세계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혜택 주는 속내는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셀러 모집에 역량을 집중해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특성상 셀러가 많아질수록, 또 플랫폼 내 활발한 활동이 전개될수록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수료와 보증금이 없어 알리익스프레스가 직접적인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입점셀러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게 되면 이후 광고, 프리미엄 서비스, 물류 및 추가 서비스 등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5년 간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셀러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머무도록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다수의 이커머스들이 수수료 할인 정책을 단기간 프로모션으로 진행한 것과는 차별화된 포인트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글로벌 셀링은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수치적인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셀러들이 원활한 경험을 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 과제도 있다. 상품을 물류 창고에 보관, 포장, 배송하는 전 과정을 처리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인 풀필먼트 구축과 고객 응대 서비스(CS) 등이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레이 장 대표는 "물류센터 구축은 검토 단계에 있다"며 "국내 판매자의 해외 진출과 국내 판매자가 한국에 판매하는 경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러들을 유입하고 장기간 머물게 하기 위해선 단순히 수수료 무상정책을 넘어 풀필먼트 서비스와 체계적인 판매자 고객센터 등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물류센터 구축뿐 아니라 배송을 담당할 3PL이 더 많이 필요하다. 판매 ·소비 고객 모두의 편의를 위해선 CS를 외주를 주는 방안이 있지만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