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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쇼핑이 충성고객을 늘리기 위해 멤버십 확장 전략을 들고 나왔다. 단순히 유료구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늘리는 것에서 벗어나 입점 브랜드사들이 자체적으로 멤버십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쇼핑 활동성이 높은 유료 멤버십 구독자와 브랜드사를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는 계획이다.
돈 내고 돈 받기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핵심 과제는 '유료구독자' 확보다. 플랫폼 충성도가 낮은 이커머스 소비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비교해가며 그때그때 구매처를 선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유료구독이다.
소비자는 가입비 이상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경쟁 플랫폼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재구매율도 높아진다.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기업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마케팅이 아닌,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몇천 원의 멤버십 비용은 양 쪽 모두에게 미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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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멤버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쿠팡과 네이버다. 쿠팡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무료반품,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로켓와우'를 운영 중이다. 유료 가입자만 1400만명으로 업계 최다 가입자를 보유 중이다.
네이버쇼핑도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유료 구독자를 모으고 있는 플랫폼 중 하나다. 지난 2020년부터 유료구독 서비스 '네이버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월 4900원을 내면 쇼핑∙예약∙여행 등의 사용처에서 쓴 금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유료 구독의 핵심은 '유지율'이다. 필요할 때만 잠깐 가입했다가 이내 해지하는 '찍먹족'은 유료멤버십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할인, 쿠폰 등의 직접적인 혜택은 물론 OTT나 웹툰, 배달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이유도 가입자들을 오래 붙들어 놓기 위해서다.
확장형 멤버십
그렇다고 무작정 혜택을 늘릴 수만은 없다. 다양한 혜택은 곧 비용이다. 이 때문에 유료 멤버십 경쟁에 나서며 혜택을 늘렸던 플랫폼들이 잇따라 멤버십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많다. 쿠팡은 2900원이던 멤버십 요금을 2022년 4990원으로 올렸다. 지난해엔 또다시 7890원으로 인상했다. 불과 3년 새 멤버십 요금이 2.7배 이상 오른 셈이다.
네이버쇼핑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부터 브랜드사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브랜드 멤버십 서비스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업체가 입점해 판매하는 이커머스의 장점과 네이버의 플랫폼 기술력을 결합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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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브랜드사들의 멤버십 서비스는 자사몰을 중심으로 구현된다. 직매입 상품이 대부분인 쿠팡이나 판매 중개가 중심인 다른 이커머스에서 개별 브랜드의 멤버십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자사몰을 방문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이커머스 채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 브랜드의 딜레마다.
브랜드 멤버십을 도입함으로써 네이버쇼핑에서 영업 중인 업체들은 네이버가 개발한 '라운지솔루션'을 이용해 자체 멤버십을 운영하고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브랜드사들이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종 CRM(고객관리)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단독 상품을 판매하거나 특별 구성, 전용 상품을 설계해 판매하는 등 단골 고객 맞춤 서비스를 꾸릴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고 있다. 네이버스토어에 입점한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는 자사몰에서 운영하던 멤버십 서비스를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와 연동, 자사몰에서 1년간 모은 멤버십 가입자를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2주 만에 모았다. 자사몰 멤버십 대비 구매 전환율도 4배 증가했다.
이게 '시너지'
네이버쇼핑은 자사몰 유입에 어려움을 겪거나 멤버십 서비스 개발이 힘든 중소 브랜드들이 브랜드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의 장점인 높은 접근성은 유지하고 단점인 낮은 충성도는 브랜드 멤버십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전체 브랜드스토어의 절반 이상이 라운지 솔루션을 통해 브랜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매달 100만명의 이용자들이 브랜드 멤버십에 가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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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의 시너지도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비가입자에 비해 구매력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네이버쇼핑의 전체 거래액 중 절반 이상이 멤버십 가입자의 몫이다. 네이버가 유료 구독으로 쇼핑 활동성이 높은 고객을 양성하면 각 브랜드사들이 멤버십을 운영해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네이버쇼핑에도 득이 된다. 브랜드사가 구매율이 높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설계하면 비가입자들도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게 된다. '쌍방향 구독 권유'가 이뤄지는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쇼핑 활동성이 높은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네이버 생태계에 대한 이용자 로열티가 강화되고 있다"며 "멤버십-이용자 선순환 구조가 판매자 성장과 강력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