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설탕부담금(설탕세)'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 개선과 공공의료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식음료 시장은 이미 저당·무가당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설탕세가 소비 억제 효과보다 물가 상승과 산업 위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탕세 논의 급물살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데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설탕세는 설탕이 들어간 식품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소비를 억제해 국민 건강을 개선하고 비만·성인병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해외에서는 일부 국가가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당류 과다 섭취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제적인 이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권고를 통해 성인과 아동 모두 자유당(free sugars) 섭취를 총 에너지 섭취의 5% 미만, 하루 약 25g 수준까지 낮출 것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설탕 부담금 도입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식품업계 반발과 소비자 부담 우려가 맞물리며 제도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책 논의와는 별개로 국내 식음료 시장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식음료업계는 최근 수년간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당류를 줄인 저당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제로 칼로리·제로 슈거 음료는 이미 주력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호라이즌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저당 식음료 시장은 지난 2023년 약 1조원(7억4730만 달러) 규모였다. 오는 2030년에는 약 2조1000억원(15억687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은 설탕 사용을 세금으로 억제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자발적인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체감미료 도입과 제품 재설계를 통해 설탕을 줄인 제품이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탄산음료 매출에서 제로 제품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슈가플레이션
업계 안팎에서는 설탕세가 당류 섭취 문제의 해법으로 작동하기에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설탕세가 이른바 '슈가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설탕은 탄산음료뿐 아니라 빵, 과자, 소스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기초 원료다. 설탕이 일부라도 들어간 제품에 부담금이 적용될 경우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가장 우려가 큰 곳은 빵과 과자, 케이크 등을 만드는 제과·제빵업계다. 설탕은 단순히 단맛만 내는 것이 아니라 빵의 발효와 과자의 바삭한 식감 등을 결정한다. 설탕 없이 대체당으로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렵다.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연구 비용이 든다. 이 부담은 대기업보다 중소 식품업체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체당 전환에 필요한 연구·설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업체일수록 비용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도 설계의 현실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설탕세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세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식품 표시 기준에서 '당류'는 설탕뿐 아니라 밀가루나 쌀 등 원재료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당까지 포함한다. 이 때문에 가공 과정에서 추가로 투입된 설탕만을 분리해 측정하고 과세 지표로 삼는 데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설탕세를 도입할 경우 행정적 혼선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설탕세가 당류 섭취 문제의 만능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부터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시행하는 등 관련 정책을 지속하면서 설탕 사용량은 이미 줄어들었다"며 "가공식품에 한정한 설탕세만으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국민 건강 증진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공공의료 재정 확보 수단으로 설탕세를 검토하고 있다면, 그 목적에 과연 부합하는지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설탕세를 도입했던 국가들을 보면 소비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결국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체감미료는 설탕보다 원가가 높은데,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 제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금까지 더해지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