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입을 모아 '고통을 감내하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지만, 시점이 지방선거 전후에 집중되면서 정부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인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함께 해요!
지방선거 기간이었던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식품·외식업계는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만큼이나 바빴다. 저마다 가격 인상에 나서며 그간 묶여 있었던 가격표를 새로 고쳐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는 오는 9일부터 대대적인 가격 인상에 나선다. 가격을 올리기로 한 브랜드만 역전우동·새마을식당·한신포차·롤링파스타 등 11개 브랜드에 달한다. 전체 메뉴의 20%에 해당하는 메뉴를 평균 11% 올린다. 일부 메뉴는 가격을 20% 넘게 올리기로 했다.
맥도날드와 KFC, 맘스터치, 버거킹 등의 가격 인상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롯데리아도 결국 지난달 말 가격 인상에 나섰다. 저가커피 시장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 중이다. 더벤티는 지난달 말 일부 제품 가격을 100~500원 올렸고 메가MGC커피도 할메가커피 3종의 가격을 200원 올리기로 했다. 메가커피와 더벤티는 지난해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200~300원가량 올린 바 있다.
가격 인상 대신 '중량 인하'에 나서기도 한다. 굽네치킨은 이달부터 닭다리살 순살과 윙봉, 통다리 메뉴의 중량을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사실상 12.5%의 가격 인상 효과가 있다. 굽네치킨 측은 "가격을 올리거나 원료육을 수입산으로 변경하는 대신 맛과 품질 기준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중량 인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높이는, 변칙 가격 인상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상미당홀딩스의 던킨은 지난해 여름 출시했던 인절미 팥 컵빙수를 올 여름 다시 출시하면서 가격을 52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다. 농심이 새로 선보인 '라뽁구리큰사발면'은 개당 1870원(농심몰 기준)으로 가격 논란이 있었던 신라면블랙보다 200원, 다른 신제품 컵라면인 신라면로제큰사발면보다 100원 넘게 비싸다.
업계에서는 그간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했던 기업들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가격을 올리는 게 우연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부의 관심이 선거에 집중되는 타이밍에 맞춰 가격 인상에 나서 비판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가 치러진 6월은 식품·외식업계의 성수기인 여름철이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가격 인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유도 있다.
진짜 어렵습니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이 장기화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넘쳐났다는 설명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인한 부담을 본부에서 최대한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다”며 "지난해부터 외부 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더 이상 내부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가격 인상 요인을 설명했다. 굽네치킨 역시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감내하며 기존 운영 기준을 유지해 왔다"면서 "공급 불안과 원가 상승이 장기화됨에 따라 운영 기준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엄살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6월 육계 평균 가격은 ㎏당 6660원으로 전년 대비 20% 올랐다. 올 초 6000원대(특란 30구)를 유지하던 계란 가격 역시 이달 들어 7400원을 넘어섰다.
유가도 2000원대가 유지되는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2010.4원, 경유 판매가는 2005.1원에 달했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연초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나프타 가격은 톤당 1000달러에서 700달러선까지 내렸지만 이 역시 지난해의 500달러선보다는 5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환율 역시 근래 보지 못했던 수치가 찍히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오전 1550원선을 돌파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의 특성상 이런 원재료·원자재 이슈가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이 많다"며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곳들도 눈치 싸움을 하고 있는 것 뿐,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