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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 김, 육지서 키운다…'육상 양식' 경쟁 본격화

  • 2026.06.16(화) 07:00

CJ제일제당·풀무원, 육상양식 김 시설 잇달아 착공
해상양식 한계·K김 수요 급증…대상 등도 기술 개발 나서
상용화까지 '가격 경쟁력' 숙제…어민 상생 모델도 과제

CJ블로썸파크 육상양식 김 랩 파일럿. / 사진=CJ제일제당

식품업계가 육지에서 김을 키우는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각각 상업화 시설과 R&D센터 건립에 착수했고 대상·동원F&B 등도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후 위기로 해상양식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해외의 K김 수요는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해상양식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아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땅에서 키워라

CJ제일제당은 오는 8월부터 충남 천안에 육상양식 김 상업화 시설을 짓기로 했다. 2018년부터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쌓은 연구 성과를 실제 생산 현장에 처음으로 적용하는 시설로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한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육상양식 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했으며 이듬해에는 육상 재배에 최적화된 전용 품종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이 품종은 기존 해상양식 품종보다 생산성과 온도 적응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이 품종에 대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CJ제일제당은 내년부터 천안 상업화 시설에서 생산한 육상양식 김을 '비비고 김' 브랜드로 국내외에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의 생애주기 전반을 육상에서 제어하는 기술과 성장 속도·맛 품질을 높이는 전용 배지(배양 영양액)의 개발도 마쳤다.

풀무원 역시 김 육상양식 기술 실증과 산업화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9일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김 육상양식 R&D센터 건립에 착수했다. 이 센터는 9473㎡ 규모로 양식시설·해수 처리시설·연구지원시설을 한데 모았다. 온도·빛·영양분 등 생육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번 R&D센터 1단계 착공에 이어 2단계에서는 가공동·R&D동을 추가로 세우고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 가능한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의 1차 김 육상양식장. / 사진=대상

풀무원은 2021년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2024년 충북 오송에서 육상수조식해수양식업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충남 태안에서 10톤 규모 수조로 실증 연구를 단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사업' 세부 과제 중 하나인 '김 연중생산 육상양식 시스템 및 품질관리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대상도 정부와 손을 잡고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상은 2016년부터 김 육상양식을 기획·검토하기 시작했다. 2023년부터 전남 고흥군의 수산업체인 하나수산과 파일럿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1차 연구에서 원초를 시판 가능한 40~50㎝ 크기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1차의 5배 규모인 700평 시설에서 2차 파일럿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해양수산부가 5년간 350억원을 투입하는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사업' 공모에서 2개 세부 과제의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 오는 2029년까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2030년경 육상양식 김의 본격 상품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동원F&B도 김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동원F&B는 지난 2024년 10월 제주테크노파크와 해조류 육상양식 기술 개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와도 해조류 산업화 협력을 위한 추가 협약을 체결했다.

기회와 과제

이처럼 식품업계가 김 육상양식에 눈을 돌린 것은 해상양식에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김 양식은 사실상 전량이 해상에서 이뤄진다. 겨울철에만 생산이 가능해 여름에는 전년도 수확분을 냉동 보관, 가공해 판매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연안 양식 가능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육상양식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내에 바다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원초를 키우는 방식인 만큼 사계절 갓 수확한 김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K김'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약 11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6억 달러에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 기반은 흔들리는 상황에서 육상양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다.

풀무원의 '김 육상양식 R&D센터' 내 김 육상양식동에 도입되는 양식 수조 기반의 바이오리액터 시스템. / 사진=풀무원

이외에도 육상양식은 수온·염분·조도 등 생육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1년 내내 균일한 품질의 김을 공급할 수 있다. 배양액 성분을 조절해 맛과 영양을 해상양식보다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정수된 해수를 쓰기 때문에 중금속 등 해양 오염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상용화까지 가는 길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빠른 상업화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은 해상양식이 가격 경쟁력에서 육상양식보다 훨씬 우위에 있어서다.

어민과의 상생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도 과제다. 육상양식이 본격화되면 기존 해상양식 어민의 생계와 충돌할 수 있어서다. 이에 식품업계는 어민과의 상생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전남도·해남군과 손잡고 지역 어민이 참여하는 지역 상생형 양식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새만금 R&D센터에서 개발한 기술을 인근 양식단지에 보급하고 어업인이 생산한 물김을 전량 수매할 예정이다. 대상은 간척지·폐양식장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지역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육상양식으로 빠른 시일 내 상업화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해상양식이 가격 경쟁력에서 여전히 앞서 있는 만큼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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