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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랜드 손 뿌리친 푸마, 혹독했던 17년 홀로서기

  • 2026.07.10(금) 07:00

이랜드, 100억대 브랜드 2000억대로 키워
2008년 직진출 선언 후 매출 반토막·적자의 늪
스피드캣이 살린 푸마…패션과 러닝으로 승부수

ㅂ그래픽=비즈워치

국내 패션·스포츠 업계에서 '독자 생존'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브랜드의 이름값만 믿고 성급하게 홀로서기를 시도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푸마(PUMA)'입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랜드의 손에서 빠르게 성장했던 푸마는 직진출 선언 이후 예상보다 긴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푸마코리아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랜드가 키운 '푸마'

푸마는 1994년 이랜드가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당시 연 매출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푸마는 이랜드의 공격적인 유통 확대와 마케팅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2007년에는 연 매출 2000억원 규모를 기록하며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입지를 키웠죠.

하지만 푸마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독일 본사는 한국 시장 직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초 푸마 본사는 서울 신대방동에 '푸마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대표이사에는 푸마 아시아 총괄을 맡고 있던 이안 우드콕이 선임됐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당시 이랜드는 "라이선스 연장과 합작사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푸마의 직진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푸마코리아는 조직 구성을 마치는 동시에 영업망 확보에도 속도를 냈습니다. 이안 우드콕 대표는 전국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전개사가 바뀌더라도 영업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점주들에게 재계약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랜드는 강경 대응에 나섰는데요. 200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푸마코리아를 상대로 직원 스카우트와 대리점 유인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을 둘러싼 독일 본사와 국내 운영사 간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겁니다. 이랜드는 "라이선스 계약이 유효한 상황에서 핵심 인력과 대리점을 빼가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푸마는 예정대로 직진출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결별

이랜드와 푸마의 협상은 끝내 결렬됐습니다. 푸마는 2008년 1월부터 한국 사업을 100% 자회사인 푸마코리아를 통해 직접 운영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랜드는 곧바로 '포스트 푸마' 찾기에 나섰습니다. 당시 휠라 인수전에 뛰어든 데 이어 다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도입을 추진했고, 뉴발란스 운영사에 투자하는 등 스포츠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냈죠.

각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결별의 대가는 컸습니다. 업계에서는 푸마가 빠져나간 이후 이랜드 스포츠 부문 매출이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핵심 브랜드를 잃은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푸마 역시 직진출이 곧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랜드가 푸마와의 계약 종료 이후 보유 재고를 할인 판매하며 재고를 소진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어진 할인 판매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푸마 스타필드 수원점 전경/사진=푸마

하지만 푸마의 부진을 단순히 재고 할인 판매의 영향만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업계에서는 직진출 이후 상품 운영 방식이 바뀐 점을 장기 침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이랜드가 사업을 운영하던 시기에는 국내 바이어들이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기획·선정했습니다.

반면 직진출 이후에는 글로벌 바잉 체계가 강화되면서 상품 기획과 선정이 본사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한국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국 이랜드 시절 200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이 직진출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푸마는 예상보다 훨씬 긴 침체기를 겪게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직진출 초기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봤습니다.

다시 뛰는 푸마

이에 푸마는 직진출 이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2008년 풋볼과 러닝, 골프 등 스포츠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또 압구정동과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습니다. 2017년에는 10년간 유지했던 신대방동 사무실을 떠나 을지로로 본사를 이전하며 강북 시대를 열었습니다. 2019년에는 '썬더 스펙트라'를 앞세운 어글리슈즈 열풍이 불었는데요. 그 결과 2019년 푸마코리아 매출은 1746억원으로 직진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 찾아온 코로나19는 치명적이었습니다. 2020년 매출은 1455억원으로 16.7% 감소했는데요. 엔데믹 전환기였던 2022년에는 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적자 폭이 더 커져 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기나긴 암흑기를 견딘 푸마는 2024년 다시 한번 반등에 성공합니다. 2024년 매출 1473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도 매출 1509억원, 영업이익 67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패션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강화한 전략이 있었습니다. 우선 패션 부문에서는 Y2K 감성을 앞세운 '스피드캣'이 로우프로파일 스니커즈 열풍을 이끌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스피드캣 발렛'은 무신사 드롭을 통해 발매 10분 만에 6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퍼포먼스 부문에서도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국내 러닝 문화가 확산하면서 '디비에이트 나이트로'를 비롯한 푸마의 카본 러닝화가 뛰어난 성능으로 러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일반 러너층까지 고객 저변을 넓히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겁니다.

푸마 'AW26 하이록스 컬렉션'/사진=푸마

여기에 피트니스 레이스 '하이록스(HYROX)'와의 협업도 이미지 변신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푸마는 하이록스 초창기부터 파트너로 참여했는데요. 2024년에는 글로벌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용 제품과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퍼포먼스 브랜드로서의 입지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랜드와 결별한 지 17년. 푸마코리아는 이제 국내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직진출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 전략을 다시 다듬은 결과입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푸마코리아는 매년 독일 본사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인데요. 이는 수익성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푸마코리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스피드캣 열풍과 러닝 시장 성장세를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푸마코리아는 계속 달릴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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