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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사라진 '취하는 밤'…위스키는 웁니다

  • 2026.07.23(목) 07:00

유흥·회식 줄고 하이볼 늘고
달라진 음주 문화에 시장 재편
주요 업체 실적 일제히 뒷걸음

그래픽=비즈워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한 병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구하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던 '오픈런' 풍경을 기억하시나요. 불과 3~4년 전만 해도 한국은 글로벌 위스키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황금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위스키 열풍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고물가와 회식 문화 축소로 고가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였던 유흥·접대 시장이 위축된 건데요. 소비자들의 음주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원액의 풍미를 즐기는 '마시는 위스키'보다 탄산음료와 섞어 즐기는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 업체들의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기진맥진

위스키 수입사의 인력 구조조정은 위스키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를 대변합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0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4년 초 자발적 조기퇴직 프로그램(ERP)을 시행한 지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감원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심지어 이번 희망퇴직 조건은 근속연수 기준 최대 36개월 치 퇴직금에 특별 위로금 2000만원입니다. 2년 전(위로금 3000만원 안팎)보다 박해졌습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조건이 안 좋아질 만큼 경영 압박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디아지오코리아의 2025년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은 1606억원,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48.1% 감소했습니다. 과거 효자였던 '윈저' 사업부를 떼어낸 뒤 외형 자체는 방어했지만 수익성 방어에는 실패한건데요. 조니워커 중심의 가정용 시장 공략에도 불구하고 원가 상승과 비용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국내 저도주 위스키 시장을 열며 독주했던 골든블루는 2023년(2242억원) 이후 3년 연속 매출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골든블루의 매출은 2024년 2094억원, 2025년 1687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6.3% 하락했죠.

발렌타인과 로열살루트 등 고가 위스키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는 영업이익이 1년 만에 70% 이상 증발했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2025년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은 1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1억원에서 151억원으로 무려 71.6% 감소했습니다.

달라진 위스키 지형도

위스키업계가 이토록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고가 위스키의 주된 소비처는 유흥업소였습니다. 하지만 장기 불황과 맞물려 접대 문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유흥 채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홈술·혼술 트렌드가 퍼지며 위스키 시장이 잠시 역대급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그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이미 무거운 독주 대신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로 재편된 상태였습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가성비에 눈을 돌렸고 위스키 소비는 저가 제품과 하이볼용으로 쏠렸습니다. 결국 '집에서 즐기는 비싼 술'의 시대가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으로 접어든 셈입니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2682만달러로 전년 대비 9.0%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수입량은 2만7440톤에서 2만2582톤으로 17.7% 감소했죠. 

 

그래픽=비즈워치

이후 위스키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라는 양극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세대 사이에서 하이볼이 일상적인 음주 문화로 정착하면서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1만~2만원대 저가 위스키와 RTD(Ready To Drink) 캔 하이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희소성 있는 초고가 위스키의 수요가 남아 있습니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액은 1억46만달러로 전년 대비 0.2%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수입량은 8860톤으로 전년 대비 20.4% 줄었습니다. 수입 물량에 비해 수입액 감소가 미미하다는 점은 고가 라인업의 수입세가 여전히 건재함을 방증합니다.

앞으로 위스키 업체들의 성적표는 더욱 극명하게 갈릴 전망입니다. 시장 전체가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렵겠지만, 고가 프리미엄과 대중적인 하이볼이라는 양극의 영역에는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과연 체질 개선에 나선 위스키업계가 이 짙은 불황의 터널을 어떻게 통과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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