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급 대상 IT 교육이 '변화에 맞게 적절하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관리자들의 부담을 지나치게 키우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딩업체들이라 관심은 더욱 뜨겁다. 이러한 변화가 곧 업계 전체의 트렌드가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 부장님위한 맞춤형 IT 교육
#현대카드 A부장은 요즘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 공부에 한창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달 17일부터 부장, 실장, 본부장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8일까지 총 4주 동안 프로그래밍 개론, 데이터 조직 실습, 데이터 활용 실습을 배운다.
A부장은 최근 이 수업에서 미세먼지 농도 알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상청의 미세먼지 농도 측정 수치를 지역별로 보여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이다. 시험을 보는데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까지 수업에 들어오기 때문에 철저히 배워야 했다.
#신한카드 B부장은 매달 1번씩 부서장 이상 간부들이 모이는 '디지털 미니포럼'에 참여한다. 이 포럼은 기술 트렌드를 배우고 토론하는 '스터디' 모임이다. 신한카드는 실무자급을 위한 '디지털 판(FAN)50 과정'을 마련하는 등 직급에 따라 맞춤형 IT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B부장은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의 저서 '축적의 길'도 읽고 있다. 이 책은 최근 신한카드 임, 직원 전체 특강에서 다뤘다. 기술경영서지만 카드사업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카드사업을 연계하고, 사물인터넷 등장으로 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만큼 IT 지식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 "부담만 늘어" vs "의사결정에 도움"
핀테크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이 같은 내부 교육에 긍정적이다. 다만 현대카드처럼 관리자가 실무지식까지 배울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시각 차를 보이고 있다.
IT부서에서 다년간 일한 금융권 관계자는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개발자들과 충분히 협업할 수 있으며, 관리자라면 IT부서에서 만든 결과물을 잘 판단할 줄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과도한 IT 교육이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부장들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딩을 완벽히 할 순 없더라도 프로그래밍 원리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 회사에서도 현대카드 같은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관리자가 실무까지 배운다기보다는 개발자들과 소통을 자주 하게 되는 만큼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교육의 수준에 대한 의견은 갈리지만 이 같은 기회 자체는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