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금융감독원 정기인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첫 단행한 지난 8월 수시인사에 이어 이번에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제로 베이스(원점) 인사'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연말 국·실장 정기인사를 다음달 14일 실시한 후 19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이경식 전 부원장보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금융투자 부문 부원장보 자리를 먼저 채우고 국·실장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팀장 이하 직원 인사는 내년 1월중 실시한다.
금융투자 부원장보 누구?
우선 금융투자 부문 부원장보에 대한 임명이 임박했다. 금감원은 몇몇 후보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고 인사 검증 작업을 거치고 있다.
당초 서재완 제재심의국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공채 1기(2000년 입사) 출신이라 승진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공채 1기들은 실·국장 또는 팀장직에 포진돼 있다.
다른 후보로는 직전 자본시장 조사국장을 지낸 안승근 기획조정국장이 꼽힌다. 현재 공시조사 부문을 맡고 있는 김정태 부원장보가 금융투자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고 공시조사 담당으로 검사 출신 인사가 온다는 뜬소문도 떠돌고 있다.
제로 베이스의 의미
금감원 인사팀은 국·실장 정기인사는 8월 수시인사와 관계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지난 수시인사에서 금감원은 부국장·팀장 19명을 실·국장 신규 승진자로 올리는 등 부서장 40명을 교체했다. 106명의 실·국장 중 약 40%가 물갈이 되는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와 무관하게 모든 실·국장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정기인사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앞선 수시인사에 승진한 국·실장이라도 이번 인사에서 대외파견, 위탁연수자 등으로 4개월 만에 낙마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현재 대외파견, 위탁연수자 중에서도 금감원 복귀 보임 가능성을 열어 둬 부서장 자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 승진자 전반에 대한 심사는 업무능력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지난 수시인사에서 살아 남았던 30~40명가량의 1960년생 부서장들이 이번에는 대부분 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원장이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관행 타파를 이번에도 고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원장이 조직에 처음 메스를 댄 수시인사 때 1970년대생들이 전면에 부상했으며 1974년생의 최연소 부서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국제·법무 부서 보강
팀장 이하 직원들에 대한 승진과 승급도 관심사다. 금감원 인사팀은 팀장 이하 직원에 대해서는 서열 명부와 함께 기수를 중요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직제는 △1급(국장) △2급(국장·부국장) △3급(팀장·수석조사역) △4급(선임조사역) △5급(조사역)으로 구분된다.
내년 정기인사에서는 2010년 입사자인 공채 11기중 첫 수석조사역이 나오고 8~10기중 다수를 승급시키겠다는 의미라고 금감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순차적인 인사다.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는 공채 10기 중 처음으로 수석조사역이 나왔고 7~9기가 다수 승급했다.
인사이동의 경우 현안업무 수요를 감안한 탄력적 인력 배분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적재적소 배치를 원칙으로 삼았다. 최근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안업무가 집중되는 부서에 탄력적 인력 배분이 이뤄질 방침이다.
최근 흥국생명 사태 등 국제금융에 대한 중요성을 의식한 듯 국제기구 담당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관련기사 : 금융당국도 '괜찮다'더니…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이유(11월 8일)
과거엔 해외사무소 근무 직원에 팀장급 인사를 우대 했다면, 이번엔 외국어 요건을 상향하고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주로 배치키로 했다. 국제기구 담당 팀장에 대해서는 3년 임기를 보장해주고 주요 감독국 및 국제업무 순환보임 등 경력도 관리해준다.
법무부서에는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의 법무실 배치를 확대한다. 추후 변호사 인력의 법무실 근무 유인을 높일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금융사들과 크고 작은 법적 분쟁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