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자 금융권에선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한다.
글로벌 복합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금리 인하 여력이 커졌다는 게 기대요소다. 동시에 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을 긴장케 하는 요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대출 감소 폭이 크지 않아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금융·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9월 가계대출, 줄긴 하는데…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2조1235억원 증가했다. 전달 같은 영업일 기준으로는 46.1%(1조8147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9월 들어 5영업일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전달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은행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감소한 것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한도를 조이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시중은행들은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추가 주택매입 등을 위한 주담대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전세대출도 자격요건을 꼼꼼히 살피고, 신용대출 한도 관리에 나선 상태다. ▷관련기사: '제각각' 대출규제에 혼란 여전…어느 은행 찾아야 할까?(9월19일)
여기에 지난 8월의 경우 이달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몰리며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이를 감안하면 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축소되고는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 들어 가계대출 순증액이 8월보다 줄어든 것은 맞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다"며 "8~9월 진행된 주택매매계약과 잔금일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9~10월에도 순증 규모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대감·긴장감 공존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시장 최대 변수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연준이 18일(현지시간)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까닭이다.
미국의 통화긴축이 사실 상 마무리되면서 국내 통화정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0월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그 동안 정부·여당 등에선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2%대로 다가가는 가운데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로 회복 흐름이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물가 안정과 시중금리 하락 등 내수 제약요인이 완화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소비여력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에 힘쓰면서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범부처 투자 활성화 추진체계 본격 가동 등으로 내수와 민생회복 속도를 높이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외환 건전성 유지와 함께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2단계 스트레스 DSR과 은행권 자율 심사기준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대책 효과를 세밀히 점검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며 "필요 시 상황별 거시 건전성 관리 수단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출 수요는 지속
가계부채와 집값 우려가 있지만 미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만큼 금통위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점에 무게가 쏠린다. 이를 감안하면 주택 매입 등 대출 수요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들이 대출한도를 축소한 만큼 당장은 7·8월에 비해선 증가 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출 수요가 꾸준하다면 내년 초에도 규제를 통한 관리가 지속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전과 달리 연초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상황만 보면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렵지만 미국과의 금리차를 감안하면 버티기 쉽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라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을 수 있어 대출시장에서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도입이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강화 등 이전보다 센 규제를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