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불붙고 있다.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되레 은행들은 작년 말 빠르게 올렸던 예금금리를 조금씩 낮추는 분위기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둔화로 은행이 자금을 투입할 마땅한 곳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앞세운 무리한 수신 경쟁에 나설 유인도 약해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937조2122억원으로 전달 말과 비교해 2조741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32조703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유출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예금과 더불어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이탈도 이뤄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643조2634억원으로 지난해 말 674조84억원 대비 30조7450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을 합해 3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예·적금은 물론이고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코스피가 새해부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 자금이 급감하고 예금 만기 자금도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9일 103조7072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동안 은행 예금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2.55~2.9%로, 전월 금리 수준인 연 2.85~3%보다 0.1~0.3%포인트(p) 하락했다.
예금금리가 내리면 은행 자금 유출을 더 자극할 수 있지만 은행들은 "채권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예금금리도 하향조정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산정할 때 은행채 6개월물 등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6개월물 금리는 2.754%로 지난해 12월31일(2.834%)보다 약 0.1%포인트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연초·연말 효과에서 원인을 찾는다. 연말 유동성 관리를 위해 12월 들어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연초가 되면 이러한 요인이 해소되면서 예금 금리를 다시 낮추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주담대가 정책 기조에 따라 둔화되면서 자금 수요가 줄어든 만큼 예금 유치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낮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수신 경쟁을 통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머니무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올리더라도 자금 유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잔액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적(긴축 선호) 기조가 확인되면서 향후 예금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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