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 환율,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 리스크 관리에도 황색불이 켜졌다. 직접적인 중동 지역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는 큰 변동이 없다지만 인프라·물류 차질로 기업고객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같은 기업들의 부실이 확대되며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물가 및 대출금리 상승으로 개인차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유가 불안에 '기업 부실' 우려 커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동 지역 전체 금융권 익스포저는 220억달러 규모다. 이번 사태로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현지 진출 기업, 수출 유관기업 대상으로 대출금리 인하, 긴급경영자금 지원, 대출 연장 등을 추진 중이다.
대출을 거둬들이지 않는 이상 익스포저 규모가 갑작스레 커질 위험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동사태 이후 중동 지역 전체 익스포저 변동은 거의 없다"면서 "이란, 이스라엘의 경우 소수이고,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쪽 규모가 대부분으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5~6%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내에서도 해당 지역 익스포저 관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보다는 유가 상승, 환율 급등에 따른 기업 부실화가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유가, 환율을 비롯해 주식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 최고가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25달러를 기록했다. 2월 초반 배럴당 60달러 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2배가량 올랐다. 브렌트유는 98.96달러,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94.77달러로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 안팎을 오갔다.
환율도 급등락을 반복 중이다. 지난 2월25일 1427원까지 떨어지며 안정화 조짐을 보이던 환율은 3월 들어 1480원대와 1460원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유가 상승과 물류 지연에 따른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보험료 할증과 항로 우회로 운임이 증가해 납기 기한(리드타임)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단순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재고가 늘어나며 자산의 현금화 주기가 늘어나게 된다.
즉 가용현금이 줄면 당장 원재료비와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하는 기업들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리스크는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우려도 있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은 '미국-이란 군사 충돌에 따른 한국경제 및 산업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고환율 환경은 달러로 책정되는 에너지, 물류비용 상승을 배가시키는 비용 촉매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제조업 기반 위에 성장해 왔으며 이에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발 기업 부실 위험…은행·개인으로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현지 진출 기업, 수출 유관 기업 대상 대출금리 인하, 긴급경영자금 지원, 대출 연장 등을 적극 독려하는 것도 관련 기업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자칫 은행 부실채권(NPL)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유가·환율 변동으로 물가가 오르면 기업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미래 손실을 대비해 추가적인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의 경우 모든 차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은행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이에 따른 BIS비율 하락 가능성을 비롯해 전쟁 장기화 시 환율·유가 민감 기업들의 재무상태 악화로 은행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 중동사태에 고환율→은행 위험자산 확대 압력…'생산적 금융' 차질?(3월4일)
이에 은행권 내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유가·환율 민감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 점검과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하고 은행 건전성이 미칠 영향 등을 살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은행뿐 아니라 가계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고유가,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대출금리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증가,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중동사태로 인한 은행 영향은 직접적으로는 중동 익스포저, 이차적으로는 기업의 건전성 부실 우려가 있고 그다음으로 장기화로 인한 시장 변수들이 악화하면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실까지 염려된다"면서 "부실화 징후를 빨리 알아챌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