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하나·농협은행의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들 은행이 첫번째 점검 대상이 된데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용도외 유용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대출이 비교적 많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용도 외 유용을 차단했지만 대출 심사·증빙 과정에서 여전히 허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은 점검을 통해 미흡 사항을 파악한 후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30일) 하나·농협은행 사업자대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사업자대출로 받은 자금을 부동산 구매에 활용하는 용도 외 유용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농협은행의 고위험군 사업자대출 잔액이 상대적으로 많아 먼저 점검을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두개 은행을 들여다본 다음 나머지 은행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상호금융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대상이다. 다만 인력 등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 중앙회에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그에 따른 자체 점검에 나서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4개의 영역별로 고위험군 대출을 구분하고 있다"며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되면 관련된 금융회사 임직원, 대출 모집인 등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용도 외 유용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있는 사안은 △강남 3구에서 받은 대출 △모집인을 통해 취급된 대출 △취급 영업점과 담보물건 소재지가 떨어져 있는 대출 △사업자 등록일이 최근인 차주의 대출이다.▷관련기사:금감원, 내주 사업자 대출 점검…강남 3구·모집인 대출 정조준(2026.03.27.)
먼저 사업장 주소지가 강남 3구인 대출은 해당 자금을 수도권 주택 매입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값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사업자대출 가운데 모집인이 직접 브로커로 나서 필요 서류를 위·변조하는 경우도 발견되기에 모집인 대출도 고위험으로 분류했다.
취급 영업점과 담보물건 소재지가 떨어져 있는 대출은 영업점은 수도권 내 있으나 담보물건은 지방에 있는 경우 해당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수도권 부동산을 매입하는 용도 외 유용이 의심된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이처럼 4가지 유형에 중점을 두고 점검하는 까닭은 그간의 용도 외 유용 사례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마을금고로부터 받은 대출이 대표적이다.
당시 양 전 의원은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서울 아파트 매입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양 전 의원 부부는 2020년 서울 잠원동의 한 아파트를 약 31억2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했는데, 부족한 자금 11억원을 장녀 명의의 사업자대출을 통해 충당했다는 주장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자 이처럼 우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반기 적발된 건수만 127건(588억원)에 달한다.
6·27 대책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대출 한도를 일괄 6억원으로 제한했고 신용대출은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반면 개인사업자 주담대를 포함한 사업자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됐다. 한도 제한도 받지 않았기에 사업 자금 명목이라면 담보 가치의 70~80%까지도 대출이 가능했다.
당국은 이후 9·7, 10·15 대책을 통해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등 사업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주담대를 제한했다. 그럼에도 빈틈은 여전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취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건별로 요구해 자금 사용내역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한다. 은행연합회의 자금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준칙에 따른 것이다.
대출자금이 3억원이라면 차주들은 이 3억원을 어디에 썼는지 계약서, 영수증, 계산서, 통장거래내역 등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지 못할 경우 은행은 현장 실사를 나선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자금 사용처가 모두 증명된다면 이후 용도 외 유용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차주는 브로커와 세금계산서를 조작한 다음 타행 계좌로 돈을 돌려받기도 했다"며 "이처럼 작정하고 속이면 영업점 차원에서 잡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같은 허점을 인지, 사업자대출 심사와 증빙 등을 강화하는 방향의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점검 중 발견되는 미흡 사항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