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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세방 이상웅 회장, 거액 증여세 걱정 없던 이유

  • 2023.06.21(수) 07:10

[중견기업 진단] 세방③
이의순 창업주, 2020년 세방㈜ 지분 9% 증여
후계자 대상 처음이자 마지막…18%로 껑충
개인회사 세방하이테크 매각한 자금만 64억

2020년, 97세의 창업주는 마침내 마지막 한 수를 뒀다. 2013년 9월 적통 후계자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준 데 이어 계열사 이사회 자리마저 비우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직후다.   

물류·제조 중견기업 세방(世邦) 이의순 창업주가 후계자에게 모태이자 지주회사 격이라 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물려줬다. 1998~2006년에 걸친 1단계  작업이 2세 지배체제를 완성하는 것이었다면 2020년 2단계는 최종 마침표를 찍는 수순이었다.  

이상웅(65) 현 회장에게는 거액의 증여세가 뒤따랐을 테지만 걱정할 게 못됐다. 무엇보다 개인회사의 사업부문을 팔아 손에 쥔 현금이 60억원이 넘었다. 이래저래 세방하이테크의 쓰임새 요긴했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이상웅→E&S글로벌→세방㈜→세방전지 불변

앞서 ‘[거버넌스워치] 세방 ②편’에서 상세히 언급한 방산업체 세방하이테크는 2010년 2월 사업부문(존속)과 투자부문(신설)으로 회사를 두 개로 쪼갰다. 자본금 10억원은 8억원, 2억원으로 나눠졌다. 세방㈜ 지분(20.42%) 등을 넘겨받아 현 이앤에스글로벌이 만들어진 게 이 때다. 

2006년 9월 군납비리 사건이 터진 지 3년여 만이다. 1997년 3월 설립 이래 줄곧 대표이사로서 경영을 챙겼던 이 회장이 2008년 3월 물러남으로써 오너 일가 중에는 이 창업주가 이사회 자리를 지키던 시기다.

당시 세방하이테크 기업분할은 주주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E&S글로벌 주식을 배정받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런 까닭에 이 회장의 E&S글로벌 80% 1대주주 지위는 변함이 없었다. 지금껏 확고부동하다. 

E&S글로벌 또한 2015년 4월 세방㈜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발행주식의 15%) 등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현재 18.53%(보통주 기준)의 지분으로 2000년 11월 이후 세방㈜의 1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즉, 1998~2006년 세방의 1단계 후계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뒤로는 세방하이테크에서 E&S글로벌로 교체됐을 뿐 이 회장→E&S글로벌→세방㈜→세방전지로 이어지는 오너 지배구조의 뼈대는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1997년)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2006년)

창업주, 경영에 완전히 손 뗀 직후 증여

엄밀히 애기하면, 오히려 보다 견고해졌다고 말하는 게 맞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언급하겠지만, 2012년 5월에는 세방㈜가 세방전지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창업주의 차녀 이상희(52)씨 소유의 4.24%를 인수했다. 기존 33.71%에서 지금의 37.95%로 확대했다. 이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던 때가 이듬해 9월이다. 

2020년 4월 마침내 이 명예회장이 나섰다. 창업주는 1997년 말 세방㈜의 1대주주로서 지분 14.78%를 소유했다. 당시 세방㈜(25.46%)→세방전지 계열 출자구조 속에 세방전지 지분 10.2%와 더불어 세방 전 계열사를 장악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이후 소유지분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단 한 주도 내다 판 적이 없다. 

2005년 3월 세방㈜의 190억원(발행주식 400만주․발행가 4740원) 유상증자와 20% 무상증자 뒤 2007년 12월 4%를 가천사회복지재단(현 세방이의순재단)에 출연한 것 말고는 8.64%(2015년 4월 세방㈜의 우선주 보통주 전환 반영)를 오롯이 보유해 왔다.  

2020년 4월 이를 이 회장에게 증여했다. 창업주가 2020년 2~3월 세방의 양대 주력사 세방㈜, 세방전지를 비롯해 전 계열사의 이사회 자리를 비운 직후다. 이 회장의 기존 12.17%였던 세방㈜ 지분이 현 17.99%로 높아졌다. 

즉, 창업주의 증여를 통해 지금의 이 회장(80%)을 정점으로 한 E&S글로벌(36.52%·개인지분 17.99% 포함)→세방㈜(37.95%)→세방전지 지배체제를 완성, 이 회장이 감히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권력을 갖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현재)

세방하이테크, E&S글로벌 떼낸 2년 뒤 매각

창업주의 지분 증여로 확고부동한 오너십을 갖게 됐지만 이 회장에게는 증여세가 뒤따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상장주식은 증여일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총 4개월치 평균값으로 증여재산의 가치가 매겨진다. 증여 당시 세방㈜의 주식시세(주당 8660원)로 따져보면, 지분 8.64%의 가치는 145억원이다. 

한데, 이게 다가 아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이면 20%가 할증된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증여공제(5000만원), 누진공제(4억6000만원), 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를 받을 수 있지만 얼마 안된다. 이를 기준으로 매겨보면 이 회장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가 대략 80억원에 달했을 것이란 계산이다. 

반면 이 회장은 세방하이테크 지분 매각자금이 적잖았다. 세방하이테크가 2010년 2월 E&S글로벌을 떼어낸 뒤 2011년 4월 현 한국특수전지로 간판을 바꿔 단 데 이어 이듬해 1월 대양전기공업에 매각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넘긴 가격이 주당 5만원(액면 5000원) 총 80억원이다. 즉, 이 회장은 개인자금이라고 해봐야 6억4000만원(2010년 2월 E&S글로벌 분할 뒤 자본금 10억원의 80%)이 들어간 지분 80%를 팔아 64억원을 손에 쥔 것이다.  

이에 더해 배당수입도 만만찮았다. 세방㈜ 소유지분으로 2006~2019년 챙긴 배당금만 해도 44억원이나 됐다. E&S글로벌 설립 이후 2019년까지 12억원을 합하면 56억원이나 됐다. (▶ [거버넌스워치] 세방 ④편으로 계속)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세방하이테크 출자자금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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