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우리 몸의 세포는 유전 정보를 담은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설계도로 삼아 리보핵산(RNA)을 만들어 단백질 합성을 지시합니다. RNA는 단백질 합성을 위한 유전 정보를 운반하거나 단백질 합성에 직접 참여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요. 이 RNA에 오류가 생기면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져 암이나 유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잘못된 RNA를 찾아 정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바이오 기업이 있습니다. 단국대학교 생명융합학과 이성욱 교수가 2017년 창업한 알지노믹스(Rznomics)입니다. 이 회사는 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특화한 기업인데요. 어떻게 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지 알아보겠습니다.
RNA 치환 플랫폼 기술로 질병 원인 해결
알지노믹스는 독자적인 RNA 치환효소(Trans-splicing Ribozyme) 플랫폼을 구축했는데요. 이는 질병을 유발하는 잘못된 RNA를 찾아내 절단하고, 그 자리에 정상적인 치료용 RNA를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이 RNA 치환효소는 단순히 병든 RNA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잘못된 RNA를 제거함과 동시에 치료 기능을 가진 RNA를 생성하기 때문에 하나의 치료제로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하나의 치료제로 포괄할 수 있어 기술적 확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알지노믹스는 RNA 편집 기술 외에도 '자가환형화 RNA(원형 RNA)' 기술도 구축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RNA는 양쪽 끝이 열려 있는 선형(linear)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는 외부 효소에 쉽게 노출돼 분해되기 쉽습니다.
반면 원형 RNA(Circular RNA)는 이름 그대로 양 끝이 연결된 고리형입니다. 알지노믹스의 자가환형화 RNA는 원형 RNA가 스스로 둥근 고리 형태로 원형화되는 구조로, 기존 RNA 기술보다 안정성이 높고 외부 불필요 서열이 남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덕분에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랜 시간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리보솜의 재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져 단백질 발현 효율이 높고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장점도 있고요. 회사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RNA 백신과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 의약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항암·신경·유전질환 신약 도전
알지노믹스의 항암, 신경계, 유전질환 등 다양한 영역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니다. 대표 파이프라인 'RZ-001'은 암세포만을 정확히 겨냥하는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이 치료제는 대부분의 암세포(90% 이상)에서 활발히 나타나는 '텔로머라제(hTERT)' RNA를 표적으로 합니다. 텔로머라제는 암세포가 계속 증식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생명 연장 효소'인데요. RZ-001은 이 효소의 작동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암세포를 스스로 사멸시키는 RNA로 교체해줍니다.
이 약물은 간암과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을 주요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며,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2a상 승인을 받고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두 번째 파이프라인 'RZ-003'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APOE4)를, 질환 진행을 늦추는 형태(APOE2 또는 APOE3ch)로 교정해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현재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있으며, 알지노믹스는 비임상에서 도출한 효력, 안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파이프라인 'RZ-004'는 유전성 시각 장애인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입니다. 이 질환은 눈 속의 시세포에서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인 '로돕신(RHO)'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발생하는데요. 약 15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알려져 있습니다.
RZ-004는 이러한 돌연변이 RNA를 정상 RNA로 바꿔 망막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돌연변이 부위 위쪽을 표적해 편집·교정함으로써 하나의 물질로 다양한 돌연변이에 대해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RZ-004는 현재 호주 의약품관리국(TGA)으로부터 임상 1/2a상 승인을 획득했으며, 회사는 호주 임상1상 완료 후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신경퇴행성질환 신약으로 개발 중인 'RZ-005'는 유효 후보물질 발굴단계에 있으며 후보물질 도출에 성공하면 비임상을 통해 효력 및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임상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라이릴리와 기술이전…올 하반기 IPO 추진
알지노믹스의 기술력은 글로벌 제약사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와 총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희귀 난청질환 RNA 편집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계약은 알지노믹스가 초기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릴리가 후속 개발 및 상업화를 맡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알지노믹스는 셀트리온, 로슈와도 기술 제휴를 맺고 두 회사의 항암제인 '베그젤마(셀트리온)', '티센트릭(로슈)'에 자사 항암제 RZ-001을 병용하는 3자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회사는 이 병용요법을 통해 기존 약물의 반응률과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회사의 기술력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성과를 바탕으로, 알지노믹스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회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원형 RNA 플랫폼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임상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최근 RNA 기술은 DNA 다음 세대의 신약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제약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RNA는 체내에서 단백질 생성 과정을 직접 조절할 수 있어 기존 화합물이나 단백질 기반 치료제가 접근하기 어려운 질환에도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죠.
특히 알지노믹스가 확보한 원형 RNA(circRNA)는 안정성과 발현 효율이 높아 차세대 백신과 유전자치료제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고요. 알지노믹스의 RNA 기술을 기반으로 IPO에 이어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RNA 치료제는 기존 신약 기술로 접근이 어려웠던 질환 영역까지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원형 RNA는 기존 mRNA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전물질로, 백신·항암제뿐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 등 난치질환 치료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