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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재공세, 조원태 회장 수성 전략은?

  • 2019.06.05(수) 14:39

KCGI, 한진칼 대상 검사인 소송 제기
"맞서기 보단 정중동 전략으로 대응할 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수성에 또 제동이 걸렸다. 경영 승계를 두고 가족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대주주인 KCGI가 "조 회장의 선임과 관련 적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3개월 만에 재공세에 나선 탓이다.

◇KCGI vs 한진...2R 돌입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 4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검사인 선임 소송을 냈다고 공시했다. 소송 내용인 즉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회장' 선임과 고(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지급 과정을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KCGI는 한진칼의 2대주주다. 지난해 9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뒤 꾸준한 지분 확보를 통해 현재 15.98%까지 확보한 상태다. 단일 주주로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17.84%)의 지분 격차가 2%포인트에 불과하다.

KCGI는 일단 지난 4월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조 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됐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직권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 조 회장을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위로급 지급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절차를 따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 대로 퇴직금과 위로급을 지급했다면 그 액수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해당 소송을 (주)한진에게도 제기했다. 고(故)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위로금이 가족들 경영권 상속세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주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회장에 올라선 만큼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고(故) 조 전 회장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 지급과 조원태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KCGI의 요구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및 내부 결속' 강화로 기반 다질 듯

업계에선 KCGI의 이같은 움직임을 새 총수에 대한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조 회장의 경영권 지배 과정 하나하나를 정조준함으로써 한진 일가에 대한 압박수위를 서서히 올리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 측은 KCGI은 연이은 공세에 매번 맞서기 보다 그간의 정중동 전략으로 경영권 사수에 나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 3일에 있었던 IATA 폐막식 기자간담회의 조 회장 발언에서 짐작 가능하다. 당시 조 회장은 "KCGI는 대주주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타협의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KCGI에 대한 의미 확대를 경계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주주들에게 많은 공을 들여왔다. 작년 말 시작된 KCGI의 공세로 주주들과 의도치 못한 대립각 모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조 회장은 주주 친환 정책을 잇따라 내며 '주주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익성 확대 정책이 대표적이다. 핵심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경우 이달부터 국내선 운임을 평균 7% 인상하는 한편, 전체 국제선 노선의 70%에서 퍼스트클래스(일등석)를 없앴다. 사업포트폴리오 제편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목표에서다.

이는 한진그룹이 올해 초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23'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한진그룹은 2023년까지 매출을 22조원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을 10%로 늘리고 이를 통해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내부 결속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취임 닷새 만에노타이(No-Tie)제를 실시, 남자 직원들의 근무 복장을 유연화 시키는 등 직원 복지에 유독 집중하고 있다.

지지부진하게 끌어 온 노조와의 임단협(임금단체협상)도 잡음없이 해결했다. 대한항공은 노사는 지난 2년간 임금인상에 대한 이견으로 장기간 임단협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왔다. 그러나 조 회장이 직접 노조를 찾아가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지난 5월로 2년치 임단협이 한번에 타결됐다.

종종 직원 식당을 찾아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한편, 최근에는 운항 승무원과 객실 승무원들의 근무 편의를 위해 인천공한 근처에 브리핑센터를 신축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선 잇단 맞대응으로 KCGI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줄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면 대응보단 지금과 같은 정중동 모드의 경영권 방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강화 정책으로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직원 복지 정책 등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권 사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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