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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5000억에 사들인 래디쉬…'비싸다 vs 아니다'

  • 2021.06.03(목) 13:35

네이버 왓패드와 비교해 '고평가' 지적 나와
비즈니스모델 다르고 고공 성장세 감안해야

카카오가 5000억원을 투입해 사들이기로 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의 인수가격을 놓고 고평가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금액은 네이버가 올해 초 사들인 글로벌 1위 웹소설 '왓패드(Wattpad)'의 인수금액의 75%에 달하는 적지 않은 수준이나 매출·이용자·창작자수 등의 주요 지표면에선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래디쉬가 보유한 1만여개의 지식재산권(IP)의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3일 카카오에 따르면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중 래디쉬의 주식 5232만주를 1808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취득 후 래디쉬의 보유주식은 7194만주, 지분율은 66.44%이다.

더 나아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를 통해 래디쉬 지분 인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래디쉬의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대라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래디쉬 인수는 현재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서비스가 영미권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카카오가 래디쉬에 다소 비싼 몸값을 매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래디쉬의 연간 매출(218억원)로 회사의 가치를 따져봐도 주가매출비율(PSR)을 무려 22배나 적용한 값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웹소설 플랫폼이자 올해 초 네이버가 사들인 왓패드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고평가 얘기가 나올 만하다. 

네이버는 올 1월 세계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달러(약 6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왓패드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45억원. 왓패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적용한 PSR은 15배로 래디쉬(22배)보다 낮다. 

아울러 다른 웹소설 플랫폼 기업들의 PRS 또한 그리 높게 책정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 문피아의 PSR은 7배(예상 기업가치 3000억원대, 작년 매출 417억원)이며, 또 다른 웹툰·웹소설 업체 디앤씨미디어의 PSR은 10배(현 시가총액 5530억원, 작년 매출 577억원) 정도이다. 

이용자 지표로 따지면 래디쉬의 MAU(월 이용자)는 100만명으로 1억명에 육박한 왓패드 MAU(9400만명)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창작자수로 보면 래디쉬는 2000명으로, 무려 500만명을 보유한 왓패드의 0.04% 수준이다. 작품수로는 직접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래디쉬의 작품수는 1만편으로, 왓패드 작품수 10억편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규모다. 

인터넷 업계에선 최근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몸값이 치솟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래디쉬의 기업가치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일부에선 카카오가 네이버와의 글로벌 웹툰·웹소설 경쟁을 의식한 나머지 비싸게 값을 불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엔터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줄상장이 예정되어 있다 보니 각 계열사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오리지널 IP에 '베팅'

카카오는 래디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일단 래디쉬의 재무 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래디쉬의 매출은 2018년 14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인 2019년 22억원으로 확대됐고 코로나19 수혜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확대된 218억원을 기록했다. 

래디쉬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회사의 매출이 급격히 확대된 2019년에는 '래디쉬 오리지널'이란 유료 콘텐츠가 도입된 시기이기도 하다. 래디쉬의 콘텐츠는 90%가량이 유료이며 이 유료 콘텐츠들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대부분이 무료인 왓패드와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왓패드는 콘텐츠가 아닌 광고·브랜드 파트너십을 주요 수익원으로 한다.

서비스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래디쉬는 주로 집단 창작 방식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왓패드는 프로·아마추어가 생산한 콘텐츠들이 혼재돼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래디쉬가 보유한 1만개 이상의 콘텐츠 즉 지식재산권(IP)에 높은 가격을 베팅했다고 강조했다. 래디쉬는 전체 콘텐츠의 90%에 달하는 오리지널 소설의 IP를 창작자가 아닌 회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저작권을 창작자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왓패드와 성격이 다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아마존도 기존 킨들이 아닌 별도 웹소설 플랫폼(vella)을 오픈한 것처럼 북미 웹소설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와 있다"며 "그 어떤 경쟁 서비스보다도 래디쉬를 IP 활용 관점에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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