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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배터리가 불나지 않는 이유요?"

  • 2021.06.10(목) 15:08

SKI 배터리개발센터장이 공개한 자사 기술력
전기차 250만대 적용했지만 지금껏 '화재 0'
"분리막 품질과 정교한 제조공정 덕분"

이존하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개발센터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컨퍼런스 2021'에 참석해 '파우치형 배터리 경쟁력'에 대해 발표하고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현재까지 전기차 약 250만대에 적용하는 동안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존하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개발센터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컨퍼런스 2021'에 참석해 '파우치형 배터리 경쟁력'에 대해 발표하면서 "앞으로 배터리 경쟁력은 안전성 중심이 될 것"이라며 자사 제품을 앞세워 배터리 화재의 원인과 기술적 해결책을 설명했다. 

어떻게, 불이 안 나니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은 셀의 경우 양극과 음극이 만나게 되는 내부 단락, 팩의 경우 특정 셀에서 발생한 화재가 주변 셀로 옮겨가기 때문으로 요약된다.

배터리 셀 내부에는 양극과 음극 수십 장이 쌓여있다. 양극과 음극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양극과 음극 사이마다 분리막이라는 필름으로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분리막은 동시에, 배터리가 기능할 수 있도록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의 미세한 구멍이 나 있다.

분리막은 얇을수록 배터리 성능을 개선한다. 이온이 활발하게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어서다. 이온 이동이 쉬우면 배터리 출력이 높아진다.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다만 얇은 분리막은 열에 취약하다. 배터리가 과열되면 얇은 분리막은 쉽게 쪼그라든다. 양극과 음극을 막아서는 역할을 못하게 된다. 얇고 튼튼한 분리막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이 센터장은 이런 원리를 설명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자체 분리막 기술로 발화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1위로 거듭나는 동안 지금껏 납품한 분리막이 적용된 배터리에서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라고 했다. SKIET 분리막은 2009년부터 전 세계 메이저 배터리 제조사들에 공급 중이다.

분리막, 얇게 더 얇게 펴 발라요

SK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 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축차연신'이다. 축차연신은 점도 높은 반죽 형태의 분리막 원료를 얇은 필름으로 펼치는 공법이다.▷관련기사: 81조원 끌어모은 '분리막' 너란 녀석(5월9일) 

반죽을 폭 방향으로 한번 잡아당긴 후 길이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원리다. 폭 방향과 길이 방향 모두에서 반죽을 늘리는 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분리막 두께를 균일하고 정교하게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이 센터장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자기술로, 시장 선구자인 일본 기업들을 꺾을 수 있게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술은 CCS 코팅이다. 'Ceramic Coated Separator'의 약자다. 쉽게 말해 미세한 세라믹 돌가루를 분리막에 얇게 펴 바르는 기술이다. CCS 코팅을 거치고 난 분리막은 형태가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외부 압력에도 잘 견디고, 열에도 수축하지 않아 배터리 화재를 막아준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분리막은 지그재그로 쌓아요
 
배터리를 제조하는 공법도 화재 가능성을 낮추는데 기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과 음극 사이를 막아서는 분리막을 쌓을 때 '지그재그 폴딩'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낱장으로 된 양극, 음극 사이에 분리막을 끼워 넣어 양극-분리막-음극-분리막 순서로 반복해서 수십장을 쌓고 파우치 필름으로 밀봉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이 과정이 정교하지 못하면 가득 쌓인 양극, 음극 모서리 끝부분이 들쭉날쭉하게 된다.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아주지 못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을 하려고 쌓는 속도를 빠르게 하면 정교함은 떨어진다. 그래서 낱장으로 된 양극과 음극을 사이를 분리막이 끊이지 않고 한 번에 감싸는 방식인 지그재그 폴딩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비유하자면, 두루마리 휴지를 끊지 않고 길게 뽑아 휴지 위에 빨간 색종이(양극)를 얹고 색종이를 감싸는 형태로 휴지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덮는 것"이라며 "그 위에 파란 색종이(음극)를 얹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감싸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양극과 음극이 분리돼 테두리 부분에서 양극과 음극이 만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센터장은 "SK의 독자적 생산 기술로 쌓는 속도를 2배 이상 빠르게 하면서도 양, 음극이 쌓이는 정교함을 유지하고 있어 생산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9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모델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파우치형·각형·원통형? 안전성이 핵심!

배터리 팩 단계에서도 화재를 방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배터리 팩 내부에는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100개가 넘는 셀들이 나란히 배치돼있다"며 "이 중 어느 한 셀에서 과열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주변 셀들로 열이 번져 연쇄적인 폭발이나 화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팩 내부의 셀 사이에서 열이 번지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데, SK는 열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열확산 관련 안전성을 구축하려면 공간 효율이 낮아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 역시 해결했다"며 "자사 기술은 오히려 부품 수와 가격도 낮출 수 있어 앞으로 더욱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배터리 업계의 미래는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의 형태적인 제약보다는 안전성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안전성을 확보한 배터리 제조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고, SK이노베이션은 독보적인 안전성 기술력으로 향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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