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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내는데…바이오 기업 몸값 적정했나

  • 2023.02.02(목) 09:02

공모가 못지킨 기술성장 바이오기업 속출
신약성공률 0.01%…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공모가에 신약 리스크 반영해야" 지적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기업공개(IPO) 열풍 속 큰 기대를 모으며 증시에 데뷔했던 바이오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2년 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주가 대부분이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적자 바이오 기업의 공모가 산정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실적을 추정하거나 기업가치 비교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몸값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성장 바이오 80% 공모가 하회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기술평가특례나 성장성 추천 제도로 상장한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기술성장 기업)은 총 12곳이다. 특례상장 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춘 제도다. 뚜렷한 수익원 없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바이오 기업의 주된 IPO 통로로 꼽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 가운데 공모가보다 주가(1월 31일 기준)가 떨어진 기업은 10곳에 달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오른 기업은 샤페론과 에이프릴바이오 두 곳에 불과했다. 샤페론은 공모가보다 30% 높은 수준의 주가를 유지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공모가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공모가와 비교해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기업은 바이젠셀이었다. 지난 2021년 8월 상장한 바이젠셀의 공모가는 5만27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7740원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바이젠셀은 지난해 6월 무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역시 공모가인 1만2400원을 75%가량 하회했다. 이밖에 에이비온(61%↓), 큐라클(54%↓), 차백신연구소(52%↓), 애드바이오텍(39%↓), 바이오에프디엔씨(36%↓), 툴젠(24%↓), 보로노이(22%↓) 등이 공모가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추정 실적·비교 기업 '과대' 평가 지적

공모가를 밑도는 기술성장 바이오 기업이 속출하면서 공모가 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술성장 기업은 일반적으로 미래 실적을 산출한 뒤 동종 업종의 상장 기업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비교해 공모가를 책정한다. 이 과정에서 실적 추정치를 높게 제시하거나 덩치가 큰 기업을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삼아 공모가를 부풀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 영업활동의 수익성과 위험성, 시장 평가 등을 종합 반영한 지표

바이오 기업은 매출이나 이익 등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는 만큼 일반 기업보다 공모가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워치가 기술성장 기업 12곳의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바이오에프디엔씨와 선바이오를 제외한 나머지 10곳은 모두 적자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 대부분이 2~3년 내로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조기 기술수출, 품목허가, 제품 판매 등을 통해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비교 기업 선정은 적정성을 평가하기 더욱 까다롭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종류나 개발 단계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기술성장 기업 12곳이 선정한 비교 기업을 보면 녹십자와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종근당 등 굴지의 제약사 비중이 높았다. 실적이 없는 바이오 기업과 달리 녹십자와 유한양행, 종근당 등의 연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상장 당시 재무상황과 유사한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내세운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물론 기술성장 기업 마음대로 공모가를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추정 실적이나 비교 기업은 상장하려는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과 상장 주관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또 추정 실적에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정한 뒤, 다시 한번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그러나 신약을 개발하는 적자 바이오 기업의 공모가가 과도하게 비현실적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 대다수 기술성장 바이오 기업이 공모가 산정 시 제시한 추정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의 최종 출시 성공률은 0.01%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공모가를 정할 때 이런 신약 개발 실패 위험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바이오 가치평가, 보수적 접근 필요"

바이오 기업의 합리적인 기업가치 선정을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의 질적 심사 요건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상장하려는 기업의 공모가가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근거는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은 공모가 책정에 관여하지 않고 시장의 평가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 공모가는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의 판단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된다"면서 "거래소의 기술평가를 개선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바탕으로 상장 전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걸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바이오 기업의 경우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한층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금보다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잡을 필요가 있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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