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작년 투자발표 업그레이드?
현대차그룹이 국내 전기차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향후 8년간 총 2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톱 3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의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도 열었습니다. 연산 최대 15만대 규모로 오는 2025년 양산이 목표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투자계획이 새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국내 전동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전동화에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로 투자액이 3조원 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생산 목표도 기존 144만대에서 151만대로, 글로벌 전기차 생산 목표는 323만대에서 364만대로 증가했습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 발표가 작년 계획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시각입니다.
현대모비스 등 부품 생태계 새구상
현대차그룹의 이번 계획이 기존 것과 확실히 다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현대모비스입니다. 기존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계획에선 현대모비스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포함되면서 전체적인 투자 규모가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도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계획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산화율 99%인 지능형 로봇의 공장 내 설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품질 검증센터 설치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설치 확대 등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밸류 체인을 확실하게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입니다. 내연 기관에서 벗어나 전기차로의 이동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모든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합니다.
전기차에 들어갈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들과의 생태계 조성에도 많은 공을 들일 전망입니다. 자동차 품질은 양질의 부품에서 나오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성공하기 위해선 고품질의 부품 생산이 필수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부품 업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시장 반응도 좋습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 전기차 전략 상향은 배터리 소싱 전략 지연, 미국 법인차 판매 이슈, IRA 대응 등의 문제를 모두 해소시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점유율 상승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 비중 상승과 개선된 주주환원 정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직접투자는 아직 미지수
다만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직접 투자 계획은 아직 미지수 입니다. 일찍부터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배터리 직접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60%가량을 차지합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자동차 강판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습니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사업을 영위한다면 기존 배터리 업체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또 배터리 시장에서 새롭게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이미 배터리 업체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직접 경쟁해야 할 무대는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이며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이미 아이오닉 시리즈와 EV6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배터리에 대한 확실한 액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감, 성과로 이어져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투자 계획에 대해 엇갈린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불과 1년 만에 투자 금액은 물론 생산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아진 만큼 투자 여력도 늘어났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육성에 전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만큼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과감한 투자를 선언했던 것은 호실적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선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파상공게가 거셉니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에서 가격 인하에 나서며 시장을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들과의 경쟁과 더불어 전기차 시장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내연 기관 자동차에서도 성과를 내야합니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선 긴 시간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