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어제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돌입했습니다.
하반기 채용에 나선 삼성 관계사는 총 20개사인데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서울병원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삼성전자판매 등 입니다.
삼성 하반기 공채 일정은 이달 18일까지 지원서 접수 후 직무적합성평가를 보고요, 10월 중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지원자들은 독립된 장소에서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응시할 수 있고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디자인 등 일부 직군의 경우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와 디자인 포트폴리오 심사도 병행합니다. GSAT를 통과하면 11월 면접전형을 진행하게 되죠.
대기업 10곳 중 6곳, 채용 문 닫았다
삼성의 하반기 공채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인데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기업 심리가 위축돼 국내 기업들이 채용 문을 좁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개사 중 6개사 이상이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또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35.4%)중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24.4%에 달했습니다. 작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13.0%)에 비해 11.4%p 늘어난 수준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채용 문을 좁히는 가장 큰 이유는 '긴축 경영' 탓입니다. 전경련 조사에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기업들은 가장 큰 이유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 돌입(25.3%)'을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어려워서(12.7%) 등을 꼽았죠.
경영난에도 '인재 경영'
이같이 취업 시장이 위축한 상황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취업 준비생들의 '한 줄기 빛과 소금'이 될 전망입니다.
삼성이 대규모 공채를 진행한다고 해서 그룹의 상황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삼성그룹 전체의 캐시카우였던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빠지며 역대급 혹한기를 견디는 중이기 때문인데요.
비즈워치가 반기보고서를 통해 집계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삼성SDS·삼성전기·제일기획·에스원·호텔신라·삼성중공업(이상 영업이익순) 등 삼성 비금융 주요 10개 계열사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31조6744억원)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5조2981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그룹 내 실적을 책임졌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무너진 영향이 컸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문이 올해 상반기 동안 낸 적자만 8조9400억원입니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에스원·호텔신라·삼성중공업 등 6개 계열사의 수익이 늘었지만 그룹 내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하락 폭을 방어하지는 못했죠.
재계 관계자는 "공채 제도는 인력 선발과 교육에 대규모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삼성이 공채를 유지하는 이유는 공정한 기회와 안정적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업 시장 가뭄 속 '단비' 내린 이유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은 꿋꿋하게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삼성은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수는 2018년말 기준 10만3011명에서 △2019년 10만5257명 △2020년 10만9490명 △2021년 11만3485명 △2022년 12만1404명 △2023년 12만4070명으로 지속 증가 추세입니다.
여기에는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뜻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해 우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인데요.
지난 2021년 이재용 회장은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삼성은 공채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우수 인재를 확보해 육성함으로써 회사와 국가 미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을 창업주부터 이어온 삼성이 오래도록 이 정신을 지켜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