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국내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소개하는 'K-디스플레이 2024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이하 'K-디스플레이 2024')'가 열렸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를 비롯해 여러 소부장 업체가 참가해 우리의 삶을 바꿀 새로운 기술을 뽐냈죠. 이번주 [테크따라잡기]에서는 K-디스플레이 2024 전시에서 시선을 끌었던 몇 가지 기술을 소개하겠습니다.
AI 시장 사로잡을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행사에서 1.5인치 원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부터 멀티 폴더블 OLED, 초대형 QD(퀀텀닷)-OLED까지 총 42종에 이르는 혁신 제품을 전시했습니다. 이날 관람객의 시선을 끈 여러 제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을 얻은 건 XR(확장현실) 헤드셋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였는데요.
일반적으로 OLED가 유리 기판을 사용한다면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올레드를 증착해 만든 마이크로 OLED입니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작지만 수십 배에서 수백 배 확대된 큰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죠.
이날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공개된 RGB 방식 올레도스와 함께 화이트 방식(W-OLED) 올레도스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요. 전시장 내에서는 이 제품을 직접 보기 위해 한때 긴 대기 줄까지 생길 정도로 열기가 높았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W-OLED는 1.3인치 초소형 크기에 업계 최초로 1만2000 니트의 초고휘도 구현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3552x3840 해상도에 4000PPI(인치 당 픽셀 수)로 4K TV 한 대의 해상도를 동전 크기 초소형 화면에 담아냈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올레도스 기술력을 선보이며, XR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의 XR 기기인 '비전 프로'에는 현재 소니의 W-OLED가 탑재돼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애플뿐 아니라 화웨이, 삼성전자가 내놓을 XR 헤드셋에도 소니가 올레도스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객사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이번 행사를 통해 올레도스 기술력을 보여준 것인데요.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미국 RGB 올레도스 전문기업인 eMagin(이매진)을 인수하고, 전담팀을 별도로 꾸려 양산을 준비 중이기도 하죠.
올레도스가 전시된 미래 연구소 콘셉트의 '라운드 랩'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형 OLED를 적용한 다양한 콘셉트 제품들도 전시됐습니다. 이 가운데 △1.5인치 원형 OLED가 적용된 스마트 키·스마트 헤드폰 △6.2인치 플렉시블 OLED가 적용된 스마트 워치 클링밴드 △7.6인치 플렉시블 OLED가 적용된 스마트 스피커 등 OLED 콘셉트 제품들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것이라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죠.
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는 확장성과 가변성이 높은 폴더블 폼팩터(형태)의 장점을 보여주는 전시도 보여줬습니다. 현재 폴더블 제품은 조개껍데기 모양의 클램쉘 제품이 대세인데요.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360도로 접을 수 있는 플립형 폴더블 '플렉스 인앤아웃' △안팎으로 두 번 접히는 '플렉스S'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한 '플렉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멀티 폴더블 OLED을 시연했습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폴더블·슬라이더블 OLED에서 AI가 일상화되는 미래를 경험할 수 있었죠.
전시장 초입에서는 폴더블 패널 내구성 테스트 시연도 진행했습니다. OLED 생산라인에서 사용하는 'OLED Bot'이 7.6인치 폴더블 패널을 물이 가득 담긴 수조에 넣고 흔들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철 수세미로 문지르는 등 여러 시연을 통해 삼성 폴더블의 강한 내구성을 보여줬습니다.
차량용 OLED 시장 속도
LG디스플레이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차량용 OLED였는데요. 전시장 오른편에는 LG디스플레이가 구현한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자리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콘셉트카에는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와 57인치 필러투필러 LCD(액정표시장치) 등이 적용돼 있는데요.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은 뒷좌석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인데요. 평소에는 뒷좌석 천장에 화면이 말린 상태로 숨겨져 있다가, 사용자가 원할 때 아래로 펼쳐집니다. 차량 안에서도 대화면으로 영화 감상, 뉴스 시청, 화상회의 등을 할 수 있죠.
57인치 필러투필러 LCD의 경우 현존 최대 크기의 차량용 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곡면 화면으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특징인데요. LG디스플레이가 독자 개발한 고감도 '인셀(In-Cell) 터치' 기능을 탑재해 터치감도 좋다고 합니다.
특히 행사 첫날 한국디스플레이협회 회장 자격으로 전시장 투어에 나선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이 콘셉트카에 탑승했는데요. 최 사장은 편안한 표정으로 제품 설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LG디스플레이는 차별화 기술 기반으로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에 최적화된 초대형 솔루션을 여럿 공개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ATO(Advanced Thin OLED)' 기술입니다. 이는 한 장의 유리를 제거해 기존 유리 기판 OLED 대비 두께가 20% 얇은 것이 특징인데요. 유리 기판을 적용해 부품을 단순화하고, 제품 공정을 약 45% 축소해 가격대도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LCD 대비 소비전력이 60% 낮고 85% 가벼워 SDV에 적합한 제품이죠.
전시장 왼편에는 투명 OLED로 구현한 리테일 매장이 꾸며져 있었는데요. 투명 OLED의 특징을 활용해 매장의 개방감을 유지하고 전시 제품을 가리지 않으면서 매장 외부에 브랜딩 영상 등을 보여줬습니다.
게이밍 OLED는 △27 △31.5 △34 △39 △45인치 풀 라인업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특화 기술인 '벤더블(구부러지는)' 기능을 적용한 '45인치 게이밍 OLED'도 공개됐는데요. 최대 곡률 800R(반지름 800mm인 원의 휜 정도)까지 화면을 구부렸다 펼 수 있어, 몰입감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여러 소부장 업체들의 전시도 관심을 모았는데요. 서울반도체는 '세계 1위 특허파워 마이크로LED 기업'이라고 알리며,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뽐냈습니다. 서울반도체는 조명,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LED 제품 및 광학솔루션을 제공하는 광반도체 전문 기업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작년 글로벌 LED 시장 점유율 백라이트 시장 부문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이솔루션은 영상 콘텐츠와 모듈의 움직임을 결함해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키네틱(움직이는) LED 디스플레이' 전시를 선보였고요. 성흥티에스는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카라반에 적용해 전시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