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자진 상장폐지'까지 거론하며 공개 행동에 나섰다. 8년간 이어온 거버넌스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소수주주 지분 전량 매입을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포함한 7개 주주제안을 상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은 시가총액의 2.4배에 달하는 투자자산과 4배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하고도 주주 가치를 외면해 왔다"며 "상장사로서 의무를 다할 의지가 없다면 소수주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상장 폐지하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요구는 소수 주주가 보유한 유통주식 23만주 21.1%를 전량 매입해 자진 상장폐지하라는 것이다. 상장을 유지하겠다면 △채이배 전 의원과 윤상녕 변호사를 분리선출 독립이사로 선임 △선임독립이사 제도 도입 △성수동 등 비영업용 부동산 자산 매각 또는 개발 △자사주 24.4% 중 20% 즉각 소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1대 50 액면분할 등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저평가 상태'를 문제 핵심으로 지목했다. 현재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 수준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부동산 자산 가치를 반영하면 실질 PBR은 0.17배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트러스톤 측 주장이다.
배당 정책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태광산업의 최근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1%대에 그쳤고 소수주주에게 돌아간 연간 배당 총액은 약 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자산의 활용 부진도 문제로 꼽았다.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부지와 장충동 본사, 부산 구서동 부지 등 태광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하지만 임대수익률은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사회 독립성 논란도 다시 불붙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6월 보유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다가 시장 및 정부 반발로 철회했다. 트러스톤은 "당사가 추천한 독립이사를 제외한 이사진 전원이 EB 발행에 찬성했다"며 "이사회가 주주 이익보다 경영진 의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러스톤은 오는 3월 11일까지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회사가 별다른 개선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표 대결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불황 속에서 회사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해법은 자산 매각이나 액면분할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미래 생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트러스톤은 소액주주 지분 매입과 상장폐지만을 주장하며 투자 회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 노력과는 거리가 있는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