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수입차 전쟁이 뜨겁다. 올 2월까지 누적 신규 수입차 등록대수는 5만대에 육박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뛰었다. 전체 비중도 23%을 차지하며 신차 구입자 4명 중 1명이 수입차를 택했다. 질주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수입차들의 한국 공세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이른바 '독일 3사'로 불리우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는 한국시장에서 굳건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며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해왔다. 오랜기간 이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입차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테슬라가 빠르게 한국 판매고를 늘리면서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3사가 올해 반전을 써야하는 근거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절치부심 메르세데스-벤츠, 직판제 성과가 관건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랜 기간 가장 한국에서 사랑받아온 수입차 브랜드다. 2003년 한국 법인 설립 당시 3117대에서 시작한 판매고는 꾸준히 상승해 2016년 이후로는 매년 5만대 이상 팔리는 대표 수입차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맞수 BMW에게 한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고 테슬라까지 벤츠의 자리를 넘보며 위세가 예전같지 않아졌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입게된 이미지 타격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메르세데스-벤츠에게는 이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의미있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먼저 구매 고객들의 가격 저항을 낮추기 위한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 ROF)'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딜러사 별로 상이했던 차량 가격이나 재고 관리 구조를 벤츠 코리아가 직접 총괄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는 본사가 제시하는 최적의 가격을 통해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벤츠는 통일된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 수호, 온라인 시장 개척, 미래 고객 데이터 직접 확보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독일,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튀르키예 등에 도입돼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차량 포트폴리오 확대도 추진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캐즘'이 무색할 정도로 판매고가 높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적극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디 올 뉴 CLA, 디올 뉴 일렉트릭 GLC, GLB등이 출시를 준비 중이고 일부 최상위 모델들은 업그레이드돼 국내 출시 예정이다. 2027년까지 예정된 신차 모델은 40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관건은 ROF 도입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딜러가 제공하는 혜택이 사라지게 돼 일부 소비자는 가격에 대한 저항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비슷한 등급의 다른 브랜드로 수요가 이동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BMW, 내연기관-전동화 투트랙 전략 먹힐까
BMW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밀려 '만년 2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공격적인 신차 출시 및 판매전략 유연화를 통해 2023년 이후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격차를 벌려 기존 1위 타이틀 수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BMW는 견조한 수요 요석에서 희소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대리점에서 평범하게 구매하기 어려운 한정판 모델들을 매달 기습적으로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완성차 업계 관측이다.
BMW 차량을 구매할 정도의 소비력을 갖춘 고객은 희소성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올해만 하더라도 1월 XM 레이블 퍼스트 에디션, 2월 5시리즈 베스트셀러 에디션, 3월 X7 M60i 한정 컬러 등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했다.
앞선 관계자는 "테슬라가 온라인을 통해서도 충분한 판매고를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한 후 수입차 기업들도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BMW는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희소 모델을 통해 안정적으로 판매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내연기관 강자 타이틀에 더해 전동화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는 것을 글로벌 전략으로 잡으면서 국내에서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BMW는 새로운 전동화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 적용 모델을 국내에서 본격 판매할 예정이다.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의 최근 성과는 내연기관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라면서도 "다만 앞으로는 하이브리드나 EV 부문에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지금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어 두 부분에서 확실한 판매고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쓴 맛 본 아우디, 옅어진 '프리미엄' 고민
최근 몇 년 동안 아우디는 한국 시장에서 쓴맛을 제대로 봤다. 2022년 2만1402대였던 판매고는 2023년 1만7868대로 줄더니 2024년에는 9304대까지 빠지면서 연간 1만대도 팔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1만1001대를 팔면서 1만대 클럽에 복귀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비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2023년과 2024년의 국내 신차 모델 미출시에 더해 쌓여가는 재고로 가격이 하락하며 '프리미엄'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간 것이 뼈아팠다. 독일 3사 차량의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 '프리미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간과한 것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지난해 자존심을 소폭 회복했지만 역설적인 상황도 분명히 존재했다. 지난해 아우디 판매고를 책임졌던 Q4 e-트론 모델이 그간 추구해오던 '프리미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다. 이 모델의 가격은 6000만원 중반에서 7000만원 초반대로 형성됐다. 수입차의 '가성비' 매력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실적을 위해 브랜드 가치와 판매고를 맞바꾼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도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 대신 판매고 늘리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까지 아우디는 국내에서 1838대를 판매했는데 A5, Q5, A3, Q3 등 프리미엄과는 거리감이 있는 모델들이 견인했다.
앞선 관계자는 "지난 2023년과 2024년 악성 재고로 인해 할인이 기본값이 돼 있어서 프리미엄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라며 "타깃 고객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아우디가 구축해왔던 이미지를 더 놓아줄지 되찾아올지에 대한 전략의 흐름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