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 산하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연이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완성차 업계의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습니다. 한국 완성차 브랜드가 처음으로 최상위 클래스 레이싱에 진입해 경쟁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사실 현대자동차는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 분야에 투자해 왔고 성과를 냈는데요. 특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란 최상위 부문에서의 성과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아울러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경우 기존 모터스포츠 투자와는 방향성이 사뭇 다르다는 점도 주목받는데요. 현대자동차 그룹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요?
자동차를 팔기 위한 모터스포츠
모터스포츠란 '엔진'으로 구동되는 탈 것들로 진행되는 경주를 말합니다. 자동차는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동수단 중 하나인 만큼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활용한 모터스포츠도 빠르게 발전했죠.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는 자동차가 발명된지 8년가량이 지난 1894년에 개최됐다고 하니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스포츠로 볼 수 있습니다.
1890년대 자동차 레이싱 경주는 스포츠적인 요소 보다는 성능 시험과 판촉을 위한 마케팅 성격이 강했다고 합니다. 당시 등장한 자동차는 말이라는 이동수단보다는 비싸고 고장도 잦은 데다가 연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죠. 이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은 실제 도로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게 중요했습니다.
자동차가 점점 상용화 되면서 스포츠적인 요인이 경주에 포함되면서 자동차 레이싱은 대표적인 '모터스포츠'로 자리잡았지만 완성차 기업이 참여하는 이유는 여전합니다. 더 좋은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경쟁사와의 경주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이죠.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에 합류하다
현대자동차가 모터스포츠에 합류한 건 꽤나 오래 전입니다. 점차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던 1990년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자금이나 브랜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저울질 했죠. 다만 초기에는 현대차가 모든 기술과 운영을 통제하는 구조는 아니었기 때문에 '전력'으로 임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엑센트 모델로 출전하기는 했는데, 현대차가 모든 것을 통제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2003년에는 이 부문에서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 현대 모터스포츠를 창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참여를 선언합니다. 직접 경주차를 개발하고 상시 조직을 통해 운영하기로 한 거죠. 점점 내부 기술이 고도화 하면서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성과를 낼 경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후 현대 모터스포츠는 오랜 기간 여러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해왔습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달릴 수 있는지 등을 경쟁하는 내구 레이스부터 변화무쌍한 일반 도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통과하느냐를 따지는 랠리 대회에 매년 꾸준히 참가를 해오고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대모터스포츠 운영을 통해 기술력을 갈고 닦으면서 상업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는 겁니다. 바로 '현대 N'으로 불리우는 새로운 모델군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겁니다. 2015년 현대차는 서브 브랜드 '현대 N'을 내놓았고 2017년 첫 양산차 'i30 N'을 출시, 일상에서도 모터스포츠 주행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죠. 이후 제품군을 확장하며 현재에는 시장에 안착한 서브 브랜드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모터스포츠로 현대 N의 신뢰성과 이미지를 구축하고 N 라인 등을 통해 대중화 하는 데도 성공했다"라며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실제 현대차의 상업적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통해 얻으려는 것
이후 현대차는 지난 2024년 12월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모터스포츠 팀을 창단합니다. 이미 모터스포츠 팀이 있는데도 왜 다른 팀을 창단한 걸까요?
이는 현대차의 제네시스에 대한 포지셔닝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처음으로 내걸 때부터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했습니다. 마치 GM의 캐딜락, 토요타의 렉서스 같은 방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제네시스 마그마라는 제품군도 런칭했습니다. '프리미엄에 고성능'을 얹은 브랜드죠. 포르쉐, 페라리,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최상위 브랜드와 경쟁하겠다는 의도에 깔린 겁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내구 레이스'의 '하이퍼카' 부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일정 범위로 성능을 맞춘 상황에서 누가 더 오랜 기간 완벽하게 운행하느냐'를 겨루는데요. 앞서 말한 브랜드들의 최상위 차량들이 출전하고 있는 만큼, 이 대회에서 성과를 내면 제네시스 마그마의 '고성능' 이미지를 브랜드화 할 수 있죠.
현대 모터스포츠를 통해 '현대 N'을 시장에 안착시킨 것처럼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통해 '제네시스 마그마'를 고성능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 녹아있는 겁니다. 제네시스 마그마와 제네시스를 동시에 글로벌 톱티어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대규모 전략적 투자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특히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고성능 모델의 높은 가격에 대한 고객 저항을 낮출 수 있죠.
일단 시작은 좋습니다.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 데뷔전인 이몰라 6시간에서 두 차량을 모두 완주시킨 데 이어, 두 번째 대회인 스파 6시간에서는 17번 차량이 8위에 올라 첫 챔피언십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첫 르망 24시에서도 두 차량을 모두 예선 톱10에 올렸고, 19번 차량이 종합 13위로 완주했습니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내 핵심 경쟁력은 오랫동안 가격 대비 높은 상품성이었습니다. 여전히 브랜드 자체만으로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제조사로 보기는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입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마그마라는 브랜드를 통해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좋은 성적을 연이어 내고 있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질주를 이어갈지 지켜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