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머징 시장 불안은 급기야 선진국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는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과거 금융위기로 시장이 급락했던 패닉 양상으로 치닫진 않았다. 선진국 경제 회복세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호한 조정기회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투자심리 차원에서는 든든한 원군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머징 시장이 크게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선진국이라도 딱히 해답은 없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97년에 비해 선진국과 신흥국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한국증권에 따르면 1995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지만 지난해 비중은 60%로 감소했다. 대신 신흥국 비중은 20%에서 40%로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진국 시장 분위기가 비관적이진 않은 모습이다.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위험선호를 줄였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아르헨티나 등이 크게 흔들리긴 했지만 금융시장 영향을 제한됐다는 평가다. 견조한 국가들의 경우 통화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강한 경제 상황이 어느정도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데다 오히려 저평가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이런 낙관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최근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이런 낙관론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만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허드온더칼럼은 "시장이 불안하긴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제 장세가 올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을 지지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머징 시장의 전개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겠지만 새로운 위기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이다.
로버트 클로니아 리버프론트투자그룹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이머징 시장에 타격을 주겠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으로 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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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경기선행지수와 산업생산 증가율(좌), OECD산업생산과 신흥국 위험지표(우). 선행지수 반등에 이어 산업생산도 증가율도 개선중. 글로벌 산업생산 증가율과 신흥국 리스크는 반비례(출처:하나대투증권) |
시장이 무엇보다 주목하는 점은 이머징의 위기가 선진국으로까지 전이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 회복세를 꺾을 수 있는지 여부다.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이머징 혼란에 따른 선진국 불안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 또 그동안 너무 빠르게 오른 선진국 증시에게 꼭 필요했던 조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로버트 신셰 파이어포트증권 글로벌 헤드는 "펀더멘털이 시장을 이끌고 있기보다 시장이 펀더멘털을 주도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완만한 세계 성장 기대를 변화시키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머징이 자금유출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이머징 성장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 또한 아니다. 장기적인 성장 속도는 선진국을 압도할 수밖에 없고 경제 개선이나 중산층의 번영은 계속 가능한 시나리오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각계 전투가 벌어지겠지만 과거 도미노처럼 연쇄 도산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런 연유에서 이머징에서 자금을 빼는 양상이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니마 타예비 JP모간자산운용 매니저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의중에 결국 달려 있다"며 "아직까지는 불안감이 있을 뿐 급격한 자금유출의 신호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