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이 이머징 위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시장은 또다시 한국은 물론 그간 견조했던 선진국 시장으로도 전이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과거 이머징 위기를 떠올리는 쪽은 아직까지 없다. 한국도 충격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맛봤던 이머징간 차별화 기대도 아직은 유효한 모습이다. 반복되고 있는 이머징 위기 우려와 향후 확산 강도를 중심으로 살펴봤다.[편집자주]
지난주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이머징 통화 급락으로 전 세계 증시가 얼어붙었다. 지난해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후 시장 전반에 불안심리가 퍼졌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은 이머징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이머징 시장 충격이 반복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외부 변수에 더해 정치 불확실성 등 내부 변수까지 산재해 있어 당분간 고행길이 예상되고 있다.
◇ 이웃집으로 불 번지나
지난주 전 세계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격 폭락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2년 외환위기에 빠진 바 있다. 늘어나는 외채를 갚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기금(IMF)도 추가지원을 거부하면서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위기는 수년간 지속됐다.
터키 리라 역시 10일 연속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러시아 루블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 역시 수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리라 값는 6%, 란드화는 5% 이상 하락했다. 이머징 자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펀드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글로벌에 따르면 이머징 주식펀드는 12주 연속 자금유출을 겪고 있다. 개인과 기관투자자 모두 발을 빼기 바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도 결국 이머징 혼란 여파로 하락했다. 그간 견조한 흐름으로 차별화됐던 동유럽이나 멕시코 페소화 같은 신흥국 통화도 흔들리고 있다. 이머징발 지진의 강도가 새해들어 다시 커진 것은 물론 더 넓은 범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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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악재에 이머징 자금 이미 썰물
사실 이머징 불안은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된 이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거대한 자금 썰물 기류를 만든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대장국가의 지표 부진은 심리를 악화시켰다.
지난 23일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은 시장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부진은 중국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과 남아프리카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개발도상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87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나란히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지만 이머징 시장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이 이머징 자금 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르헨티나와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들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높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엔화약세 기대가 약화되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높인다"며 "지난해 3분기 일본자금이 집중 유입된 유럽과, 아르헨티나의 익스포져가 높은 스페인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도 위기가 중남미로 확산된다면 익스포져가 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은행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 수출 점유율이 높은 브라질과 중국 등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亞 `정치` 변수..신흥국 불안 가중
이머징 시장 내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급증하고 있다. 터키는 정치 부패로 인해 혼란에 휩싸였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광산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외환위기 재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달러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인터넷 쇼핑을 제한하는 유례없는 조치에 나서면서 오히려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특히 상반기까지 각종 선거가 몰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정불안에 휩싸인 태국은 2월 조기총선이 예정돼 있고 인도네시아는 4월과 7월에 각각 총선과 대선을, 인도는 5~6월 중 총선을 앞두고 있다.
HSBC는 "올해 아시아 4대 이슈로 정정불안을 제시하며 이들 국가가 선거를 앞두면서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부 주도의 개혁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