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전략이 각광받으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국내 자산 위주로 롱숏전략을 펼치는 펀드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누누히 제기됐다.
이에 더해 롱숏전략 위주의 접근이 새로운 투자기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롱숏 플레이가 활발해지면서 매도 포트폴리오에 속하게 된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 롱숏전략, 증시 전반에 뿌리내리다
롱숏전략의 지속성과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3년 유행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 저성장의 시대가 도래한 이상 중위험, 중수익에 걸맞는 롱숏전략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에서도 롱숏펀드들이 대표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최소 5년 이상 납입을 유지해야 소득공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롱과 숏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지만 롱숏 전성시대를 겪으면서 롱숏 플레이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시대로 가면서 장이 좋든 나쁘든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롱숏펀드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수가 올라가고 강세장이 찾아온다면 숏 포지션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겠지만 롱숏 전략은 그대로 유지되며 매수와 매도 비중을 달리하는 전략들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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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선호도 증가(출처:동부증권) |
◇ 개미에게는 너무 먼 '롱숏 플레이'
롱숏전략을 펼치는 헤지펀드와 롱숏펀드들의 인기는 개인 투자가들도 롱숏전략에 솔깃하게 만들었다. 증권사별로 사고 팔 종목을 소개하는 보고서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나도 한번 롱숏전략을 취해볼까' 관심이 갈 법하다.
하지만 롱숏전략을 주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은 다소 우려섞인 입장을 표한다. 먼저 공매도에 대한 부담이다. 주식을 사는 것과 달리 파는 것은 대차거래를 한번 더 해야 하는데, 주식을 빌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예치금을 쌓아야 하고 주식을 빌린 후 다시 돌려줘야 하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단순한 매수포지션보다 훨씬 커진다.
개인들이 롱숏 리스트를 보고 대주를 한 후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펀드매니저는 "대주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정해진 기간에서의) 매매 타이밍"이라며 "기관과 개인의 역량은 비교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홍선 연구위원은 "실제 주식을 개인들이 빌려서 팔기는 어렵기 때문에 모듈화돼 있는 상품을 통한 간접적인 숏 포지션을 고려할 수 있다"며 "대주거래를 통해 공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 방향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개별 주식옵션 등을 통해 헤지를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 기업들도 긴장..주가관리 부담
롱숏전략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 역시 있다. 가장 흔하게 지적되는 부분이 숏 포지션이 구조적으로 많아지게 되면서 주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증시가 여러 악재로 오르지 못했지만 롱숏전략이 확대되면 추가로 상승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장기업들로서도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해당기업이 매수가 아닌 매도 포지션에 속하게 되면 주가가 흔들릴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개 주가가 하락하는 기업은 펀더멘털 상으로 그에 상응하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숏 리스트에 오른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상대평가를 통해 롱숏 플레이 전략에 활용되면서 매도 포지션에 속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롱숏 리스트를 동일업종 내에서 찾는다고 가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부진한 차등종목이 애꿎게 숏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한 롱숏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대개 펀더멘털 롱숏펀드는 기업 실적을 예상해 수익이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주가가 높은 기업을 매도 대상으로 한다"며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에 악재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또 같은 업종안에서 보수적으로 롱숏전략을 펼칠 경우 1위 주식을 사고 2위 주식을 공매도한다"며 "업종 전반의 주가가 좋아지면 1위 주식에서, 나빠지면 2위 주식에서 수익을 취하려는 전략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2위 주식에게는 롱숏전략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단기적인 측면에서 숏 포지션을 고려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한 종목이 있다면 매수와 매도 의견이 상충할 수 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현대미포조선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트레이드증권은 '스트롱 바이' 의견을 유지한 것도 좋은 예다.
한화증권은 올해까지 현대미포조선이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봤고 이트레이드증권은 올해는 턴어라운드되지 못하더라도 빠른 실적 개선을 보여줄 것으로 평가했다. 당장 롱숏 전략을 놓고보면 숏 포지션을 충분히 취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유할 종목으로서는 매수 요인도 여전한 셈이다.
한 상장기업의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롱숏 플레이 차원에서 매도 의견이 나오면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부분이 우려스럽다"며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낼 때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설사 내용을 알더라도 결과를 바꿀 순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를 관리하거나 대응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롱숏 전략 상 매도 포지션에 속하게 된다면 억울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매도의견 확대가 이제 걸음마 단계인 만큼 기업으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롱숏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사서 오르는 장이 쉽지 않아졌음을 의미한다"며 "주식을 매수하는 이유처럼 대개 '숏' 리스트에 오르는 종목 역시 펀더멘털뿐 아니라 수급과 기술적 분석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증권사별로 분석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과거처럼 IR팀이 기업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고 그만큼 영향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며 "오히려 숏 리스트를 통해 부족한 정보를 줄 수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부분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