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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는 수술중]①구조조정 1순위된 `자본시장의 꽃`

  • 2014.03.31(월) 13:43

신뢰 추락·위상 축소 `리서치 위기론` 확산
자산관리 강화·매도의견 확대 등 변화 모색

증권 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도 위기에 빠졌다. 한때 증권가의 꽃이었던 애널리스트는 비용을 잡아먹는 구조조정 1순위가 됐다. 하지만 그냥 도태될 순 없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됐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아직 분명치는 않다. 증권사 리서치가 가고 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모색한다.[편집자]

 

지난해 6월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시가총액 14조원이 단번에 증발했다.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는 한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지목됐다. 긍정적인 톤 일색의 한국 증권업계에서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이 보고서의 파장은 대단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계 보고서 잔혹사는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단골 재료다. 매번 외국계 보고서의 매도 리포트는 한국 주식들을 거침없이 쓰러뜨렸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초 역시 뭇매를 맞았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망에서 외국계 전망이 적중하면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 `리서치 무용론` 팽배..몸집 줄이기 먼저

 

리서치의 책임 논란은 예전에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못하면 리서치 탓이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숙명도 작용한다. 하지만 유독 최근 들어 이들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이유는 증시 업황이 예전같지 않아서다. 과거엔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만 내도 시장이 이를 용인했지만 증시가 부진을 겪고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고민이 커졌고 리서치의 존폐마저 위협하고 있다.

 

결국 리서치 센터들도 변화를 택했다.  주요 변화 키워드는 3가지다. 슬림화와 자산관리 확대, 자성의 차원에서 `매도` 투자의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증권사들은 비용절감에 나섰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자연스럽게 리서치 센터에도 칼을 들이댔다. 조직을 간소화하고 인원을 더이상 늘리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최근 조직 개편에 나서고 쇄신을 꾀하겠다고 선언한 증권사만 해도 5~6곳에 이른다. 리서치센터 수장이 교체된 곳도 여럿 된다.

 

◇ PB를 탐하다..자산배분과 관리 '대세'


리서치의 관점도 달라졌다. 과거처럼 오를만한 종목이나 금융상품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자산을 잘 배분해 투자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증권사들은 유행처럼 각종 자산배분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월간 또는 분기 단위로 한데 묶어 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처럼 초과수익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아지면서 투자 방법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한번의 투자선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만 수익률을 맞출 수있게 된 환경에 리서치도 부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한국보다 앞서 경험한 일본 증권사들이 취한 전략이기도 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수년전부터 일본식 구조를 눈여겨 보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자산관리 확대도 일환이었다. 하지만 지주회사의 모체인 은행과 증권사가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증권사가 강조하고 나선 자산관리 업무가 은행의 업무영역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문(PWM)이 출범 2년만에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 계열사에서 증권으로 자금이 이동했기에 가능했는데, 뒤에는 은행에서 증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더라도 은행 실적을 인정해주는 `더블카운트` 제도가 있었다.  새 시스템 아래에서 리서치 역할 확대가 윤활유 역할을 했다. 자산관리와 배분에 걸맞게 리서치 영역을 체계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소신 진짜 있나


눈에 띠는 또다른 변화는 증권사 리서치들의 `매도` 의견 확대다. 몇몇 증권사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매도 의견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동안 `매수` 일변도의 투자의견이 증권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자성과 함께. 증권사 리서치의 일대 변혁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에서 과감히 `매도` 의견을 내기가 힘들었다. 투자은행(IB) 측면에서 또다른 고객인 기업들의 눈치를 본 탓이다. 기존보다 `중립`(사실상 부정적 의견) 비중을 높여온 한 증권사는 선도적으로 이를 하다보니 기업 고객들에게 `욕`을 많이 먹기도 했다.


적정가격이나 매매 전략을 도출하는 산정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펀더멘털에 근거에 분석했다면 이제는 수급이나 기술적 분석, 다양한 지표를 감안한다. 쉬운 예로 롱숏전략을 들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제 매도해야 할 종목을 따로 추리기 시작했고 이를 선택할 때도 다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리서치의 기회는 물론 투자의 기회를 더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기업과의 관계나 기존의 리서치 관행을 얼마나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매도의견 확대 트렌드와 관련,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취지는 좋은데 과연 지속력을 가질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살아남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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