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투자기회와 그 잠재적 과실은 이미 통일을 겪은 독일을 통해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사례인 셈이다. 또 이에 근거해 볼 때 기회의 크기 또한 상당하다. 독일에 비해 객관적 조건이 우세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이런 부족한 점이 통일 이후 투자기회를 높이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이미 통일 투자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통일 과정에서 수혜를 입게 될 기업들을 연구하고 실제로 통일을 화두로 한 투자상품까지 출시됐다. 오랜 기간동안 가능성으로만 계속 회자되면서 투자대상들이 그리 새롭지 않지만 최근 통일 투자가 유독 뜨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만 하다.
◇ 독일, 소프트웨어·보험 급등..기간마다 뜬 업종 상이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독일의 통일 후 주식시장 흐름은 어땠을까. 독일 증시는 통일을 전후로 통일 기대감에 따른 강세를 보였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5개월 간 약 40%가 급등한 것이다. 물론 통일과정이 진행되면서 증시도 쓴맛을 봤다. 약 3년간에 걸쳐 조정장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3년 뒤인 93년을 전후로 독일 증시는 큰 폭으로 오르며 오랜 박스권을 탈피했다. 통일 이후 11년간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독일 지수는 32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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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증시의 통일 전후 흐름(출처:메리츠종금증권) |
같은 기간 채권시장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독일의 통일비용 마련에 따른 대규모 국채발행 증가 우려가 금리를 급등시켰지만 경제 둔화와 금리 인하 영향으로 3년간 채권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는 부침을 겪은 끝에 순항 중이다. 금융시장도 안정되면서 더이상 통일에 따른 혼란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준다.
주식시장 업종별로는 소프트웨어와 산업이 각각 528%와 310%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들도 소프트웨어와 보험 기업들이 400~600%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통일 후 11년간의 흐름을 보면 산업별로 상승세가 차별화됐다. 통일 초반에는 인프라와 연관된 건설과 산업, 소매 섹터가 주목받았고 3년 이후부터는 자동차나 보험 등 내수재가 인기를 구가했다.
기업들의 투자 역시 활발했는데 알리안츠가 동독 국가보험을 인수하는 등 서독 기업의 동독 기업 인수가 줄을 이었다. 포르쉐, BMW, 보쉬 등 동독지역 투자를 통해 동독 산업에 진출한 서독 기업들도 잇따랐다.
◇ 한국도 통일 수혜 볼 지주그룹 주목..통일펀드도 인기
독일의 사례를 우리 증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지만 통일 이후 북한 개발과 자원 활용,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 확대와 유라시아 철도 건설 등의 효과를 기대할 때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크게 수혜를 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독일의 과거 사례와 남북 통일 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 산업 민감도를 종합해 국내 20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통일 초기에는 건설과 산업섹터에 속하는 두산, 현대중공업, KCC, 현대산업개발, 한진중공업이, 중기에는 운송과 통신과 관련SK, GS, 한솔, 금호, 한진그룹이 마지막 후기는 소비재 관련 그룹에 속하는 한화와 현대, 현대백화점, LS그룹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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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투자증권이 제시한 통일 후 20대 그룹 수혜 시뮬레이션. 독일 지수의 통일-1년~통일+11년 산업수익률과 남북 통일 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 산업민감도를 각각 50%로 설정(출처:KB투자증권) |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최근에는 통일에 투자하는 펀드가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신용마라톤 통일코리아펀드를 지난달 출시했고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5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신영증권과 신영자산운용운 통일 이후 북한이 단계적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수혜를 볼 종목 50여개를 추렸다.
신영증권 등이 추린 종목들도 수혜 이유도 기존의 산업별 통일 수혜 기대와 유사하다.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 가스도매산업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국내 유무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 등 대부분 대기업 위주로 추렸다.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통일이라는 전혀 새로운 모멘텀을 업은 것이다.
다만 통일이 실제 현실화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당장은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실제 통일 전까지는 기대감이나 잠재력에 불과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통일 직후까지는 시장이나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상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일직후 기업들의 매출액은 대부분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거나 적자가 확대되는 기업이 늘었다"며 "통일 초기에는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평소 우량한 기업에 속하면서 향후 통일이 이뤄질 경우 통일 수혜까지 거머쥘 수 있는 기업들로 추리는 것이 바람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