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 주요 앱스토어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 앱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애플에서 시작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구글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개발자로서는 수수료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업체들이 특히 게임 콘텐츠와 관련해 적극적인 '윈윈(win-win)' 정책을 내놓고 있어 게임 개발사에 새로운 사업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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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수수료 인하, 게임사 부담 줄어
애플이 수수료 인하 정책을 발표하면서 개발자, 특히 앱스토어 상의 킬러 콘텐츠로 꼽히는 '게임' 개발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선 수수료 부담이 줄어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애플이 최근 발표한 새로운 앱스토어 정책에 따르면 일종의 월정액 과금 방식을 적용한 앱에 대해선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지금의 70%에서 85%로 확대하기로 했다. 애플은 '애플 뮤직' 등 일부 앱을 월정액 과금 형태의 이른바 '구독(Subscription)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앞으로 게임에도 이러한 과금을 적용키로 했다.
게임사 입장에선 애플식 과금을 적용하면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보통 게임사들은 구글(플레이스토어)과 애플(앱스토어) 등 1차 플랫폼을 비롯해 카카오톡과 라인 등 2차 플랫폼에 게임을 입점시키고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 가운데 30%를 플랫폼 업체에 수수료로 각각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해 매출 100원이 발생하면 1차 유통 플랫폼인 구글이나 애플에 먼저 30원을 떼주고 추가로 30%를 2차인 카카오톡, 라인에 지불하는 것이다. 매출의 절반(51원) 가량을 수수료로 날리는 셈이다. 하지만 애플식 과금을 적용하면 수수료 부담은 기존 최대 51%에서 40.5%로 10%포인트 가량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게임사가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인 '부분 유료화(다운로드 및 설치는 무료로 할 수 있고 내부 결제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 대신 애플식 모델을 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1회성 결제가 아닌 매달 꾸준히 일정 금액을 내는 결제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게임사 관계자는 “현재도 하드코어 유저들이 주로 즐기는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선 월정액 방식의 결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라며 “월정액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게임사들이 애플식 모델을 따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게임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애플이 수수료를 낮추기로 하면서 구글 등 다른 앱스토어 업체들도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이 수수료 정책을 변경하자 구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과 같이 구독 방식으로 앱을 판매한 경우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으며 이미 몇 곳의 협력사들과 새로운 수수료 모델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앱스토어 업체들이 수수료 정책을 바꾸는 것은 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경쟁력 있는 앱을 확보해 자사 생태계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앱스토어 수수료 체계 변화로 게임산업에선 장기적인 매출 발생이 가능한 구독 방식 형태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것"이라며 "앱 개발자 입장에선 상당히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구글에 도전장' 원스토어, 게임 차별화
토종 업체들의 통합 앱스토어 출범도 결과적으로 게임사들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이달 1일부터 통합 앱장터 '원스토어'를 정식 출범시키고 구글이 장악한 앱스토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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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1일 정식 출범한 통합 앱스토어 '원스토어'에서는 게임과 관련한 이벤트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
이들 업체는 차별화 전략으로 '게임 특화'를 내걸고 있다. 우선 이용자가 일부 게임 아이템 구매를 위해 결제한 금액 그대로를 마일리지로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1000원을 결제하면 1000원치 마일리지를 덤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자체 프로모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득이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게임 전용 요금제도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 아이템과 캐쉬를 할인받고 데이터도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요금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사 마케팅을 지원하고 통신사업자들도 새로운 데이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원스토어에선 '베타게임존'이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정식 서비스에 앞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리 시험판을 서비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울러 인디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게임의 노출 및 혜택을 제공하는 등 게임을 키우기 위해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구글 주도의 앱스토어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개발사 입장에선 비용 절감 등 혜택이 예상된다"라며 "우리나라도 중국의 앱스토어 시장처럼 일부 몇몇 업체가 아닌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해야 앱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