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브렉시트. 오렌지스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며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이어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극단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의 집권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당장은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으로 위험자산 선호 후퇴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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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스완 결국 눈앞에
9일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 개장전만해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트럼프 후보가 앞서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패닉상황에 빠졌다.
경합주로 지목됐던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가 막판 역전한데 이어 오하이오주에서도 트럼프가 승기를 잡자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장중 1930선까지 빠졌다.
이날 결과를 시장이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장초반만 해도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던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는 평가다. 트럼프의 승리는 그동안 시장이 예상치 못한 악재인 '블랙스완'에 빗대 '오렌지스완'으로 표현돼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층의 결집과 기득권 정치에 실망했던 숨겨진 트럼프의 표심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둔화에 따른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나 소득 불평등 심화도 미국의 민심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 금융시장, 충격 그 자체
이미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경우 시장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특히 지난 6월 브렉시트 충격을 훨씬 더 능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8년간 유지되어 온 집권당이 뒤바뀐데다 트럼프의 경우 극단적인 성향이 워낙 강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렉시트의 경우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추가부양의지를 내세우며 이내 충격이 진정됐지만 트럼프 승리의 경우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커지게 됐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어 그간 회복세를 보여온 글로벌 교역에도 악영항을 줄 것으로 전망돼 왔다. 특히 한국은 물론 중국, 멕시코 등 신흥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트럼프 승리 시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와 함께 금융시장 쇼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 위험자산 선호 급격히 후퇴
이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시장이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트럼프 승리시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0%이상 급락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씨티그룹도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시장이 5% 가량 조정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브렉시트 땐 S&P500지수는 5% 하락했다.
한국을 비롯,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한데 이어 9일(현지시간) 개장하는 뉴욕 증시도 폭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25% 내린 1958.38을 기록했고 일본과 홍콩도 각각 5%와 3% 이상 빠졌다.
원자재가격도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트럼프가 미국내 원유공급 확대 의지를 밝혀 온 만큼 유가에는 더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가 급증하면서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은 크게 뛸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은 트럼프 당선시 1개월동안은 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고 1개월 이후에는 인플레 경로 상향을 염두에 둔 산업재 비중 확대를 권했다.
◇ 공화당 집권시 주가상승 위안
다만 대개 공화당은 소비진작을 강조하면서 공화당 집권기가 오히려 신흥국 수출에 유리했다는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수출이 주력인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에서는 소비를 촉진하는 공화당 집권시에 수출 모멘텀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화당 집권기 때 한국의 평균 수출증가율이 22%로 민주당 평균 증가율(14.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시장친화적인 '레이거노믹스'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와 친기업적 정책, 대규모 감세 등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LIG증권은 "트럼프와 정책이 유사한 부시 집권기(2001~2008)기에는 IT버블 붕괴와 9·11테러 충격 극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서 성장률이 높아지고 유가도 올랐다"며 "주가도 장기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워낙 파격적인 만큼 실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 충격이 일찌감치 선반영된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