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임원을 잇달아 영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 강점인 기업금융(IB)에 더해 트레이딩 쪽으로 수익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희문 부회장이 직접 영입에 나서며 그의 의중에 눈길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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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미국계 외국인인 칼 코쉬니스키(Karl Kochnizke) 전무를 영입했다. 코쉬니스키 전무는 외국인일 뿐만 아니라 해외 증권사를 두루 거친 구조화 상품 전문가로 메리츠종금증권에서도 글로벌 구조화 상품 업무를 맡게 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나와 미국 우주항공업체와 JP모간, 베어스턴스,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외국계 금융사를 거쳤고 최근까지 한국투자금융공사(KIC)에서 채권운용을 담당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지난해에도 골드만삭스 출신의 파생상품 전문가를 파생상품 담당 임원으로 맞으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골드만삭스 홍콩법인 상무를 지낸 이중훈 본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1981년생으로 30대 중반에 불과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들 외에도 메리츠종금증권에는 외국계 증권사 출신 임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에는 임원 외에도 IB 관련 전문가를 실무급으로 영입했다.
외국계 출신을 적극 영입하는 데는 최희문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이들 인재 역시 최 사장이 직접 나서서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최희문 부회장도 외국계 출신이다. 그는 스탠포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나와 뱅커스트러스트,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골드만삭스 임원을 지냈고 삼성증권 전무를 거쳐 2009년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으로 합류해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개 외국계 영입에는 글로벌 영업 확대 목적이 큰 것으로 비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새로운 수익원 창출 차원에서 트레이딩 쪽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합류했지만 순익 규모는 초대형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6년 2538억원을 벌어들이며 순익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익(2688억원)이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서는 등 상위권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다만 2020년 3월 종금 라이선스 만료가 예정돼 있는 데다 이를 토대로 키워온 부동산금융 부문은 업계 경쟁 심화로 녹록지 않아진 상태. 이에 따라 기존 강점인 IB 강화와 함께 추가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트레이딩 쪽에 승부수를 건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리테일 부문 확대에도 공을 들여왔지만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이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외국계 임원 영입 후 파생상품 운용 및 전략팀과 구조화 상품팀을 신설했고 주가연계증권(ELS)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코쉬니스키 전무 영입 이후에는 자산유동화증권(AMS)의 일종인 미국 주택저당증권(MBS) 쪽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계 임원 영입해 시동을 건 ELS의 경우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낼지 업계도 관심"이라며 "메리츠종금증권의 공격적인 신 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