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스튜어드십코드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처음 도입한 이래 불과 1년 반만에 기관투자가 71곳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가가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투자행동강령'이다. 올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스튜어드십코드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 증시의 여정에서 든든한 받침목 역할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 자본시장 접근성 '활짝'
2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그 사실을 공표한 기관투자가는 현재 71곳에 달한다. 스튜어드십코드 검토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38곳이다.
국내에서 처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작년 7월 경이다. 약 1년 반만에 기관투자가 70곳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셈인데 여기엔 국민연금의 영향이 상당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 규모는 634조원으로 '국내 자본시장 큰손'이다. 국민연금이 올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전격 도입하자 국민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보험사, 투자자문사 등이 뒤를 따랐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일종의 기관투자자 행동강령이다. 기관투자가가 주주 활동을 통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한다. 도입하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공개해야 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효과로는 기업들의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이 꼽힌다. 주로 장기투자에 주력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기업의 장기 발전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국내 자본시장의 접근성도 개선된다.
실제 지난 4월 대한한공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지고 약 두 달 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 투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박은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불충분한 소유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던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주가 할인율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칼 주가는 올 초 2만원대 안팎을 넘나들다 현재 3만원대 언저리까지 올라섰다.
◇ "배당성향 높이면 주가도 오른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자본시장에서 '배당성향 확대'라는 선순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소액주주 권리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아직까지 국내 증시의 배당성향은 낮은 편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코스피 상장법인 연 평균 배당성향은 16.7%다. 당기순이익으로 100만원을 내면 16만7000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인데 미국 47.1%, 일본 32.2%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성향을 현재 수준에서 두 배 정도 올리면 주가를 지금보다 10% 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며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국내 증시가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 보유 지분율이 5% 이상이면서 최대주주 지배력이 절대적이지 않고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월 국민연금은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를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코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국내 증시의 만성적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내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주목해야 할 변화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