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올해 전망치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산업 전반적으로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성장 의지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19일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국가신용담당 애널리스트는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 공동주최 2020년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한국의 내년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은 각각 'AA2',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경제 성장률 수치는 지난 9월 발표한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올해 잠재성장률 2.0%에 비해 0.1%포인트 높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내년 성장률 2.3%에 비해서는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구즈만 애널리스트는 "국제무역 규모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 시장과 신흥 시장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G20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0%에서 2.6%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화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무역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공급체인 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꼽았다. 국가 간 교역량 감소 영향으로 전체 경제발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분쟁이 패권경쟁으로 비화하고 있어 단기간에 갈등을 풀기도 쉽지 않다.
크리스 박 무디스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은 한국 기업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반도체와 전자 산업, 화학 산업 등이 리스크에 취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대규모 예산편성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구즈만 애널리스트는 "내년 채무 총량은 전체 GDP 대비 4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성장을 위한 제도적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