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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말도 많은' 민간 뉴딜펀드 중간점검해 보니

  • 2020.10.15(목) 16:01

한국판뉴딜 발표 후 ETF 포함 10개 상품 출시…ETF에 돈몰려
차별성 부족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정책 지원에 꾸준한 관심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발맞춰 민간형 뉴딜펀드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가 관심이다. 

한국판 뉴딜을 놓고선 정책을 서둘러 내놓는데만 급급해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이 여전하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기대되는 관련 분야 투자 상품에는 투자자들이 서서히 모이고 있다. 특히 보수가 저렴하고 매매가 편리한 상장지수펀드(ETF)는 흥행 조짐이 감지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미래에셋 뉴딜 ETF, 출범 직후 흥행각

15일 금융투자업계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 이후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새로 출시되거나 기존 펀드를 리모델링해 재출시된 민간 뉴딜펀드 상품은 ETF 5개를 포함해 총 10개다. 이중 초기 반응이 가장 뜨거운 것은 펀드 시장의 대세 자리를 굳히고 있는 ETF다.

'미래에셋TIGERKRX2차전지K-뉴딜' ETF의 설정액이 1672억원을 넘어선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TIGERKRXBBIGK-뉴딜' ETF 941억원, '미래에셋TIGERKRX바이오K-뉴딜' ETF 234억원, '미래에셋TIGERKRX인터넷K-뉴딜' ETF 154억원, '미래에셋TIGERKRX게임K-뉴딜' ETF가 146억원의 설정액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이들 5개 ETF는 근래 ETF 거래량 최상위권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틈바구니 속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개 ETF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국거래소(KRX)가 개발한 K-뉴딜지수를 추종해 만든 상품이다. 미래에셋운용이 일찌감치 BBIG 관련 지수를 고안해 개발을 요청했다는 점을 들어 거래소가 이를 독점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배타적 지수 사용권을 미래에셋운용에게 줬기 때문이다. 다른 운용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배타적 사용권 유효 기간을 당초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지만 미래에셋운용으로선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수장인 박현주 회장도 이들 ETF에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식형 펀드는 NH-아문디 외에 자금유입 시들

일반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생애 첫 가입 펀드로 유명세를 치른 필승코리아 펀드로 재미를 본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펀드가 한 달여 만에 8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모았다. 범농협금융 계열사 자금 4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요즘 같은 주식형펀드 침체기에 양호한 성과로 볼 수 있다. 뉴딜 정책의 양대축인 그린뉴딜에 초점을 맞춰 최근 시장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투자 펀드를 내세운 것이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펀드 외에 다른 주식형펀드 상품들은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뉴딜코리아펀드는 38억원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 민간 뉴딜펀드 도입 계획 발표 당시 삼성액티브운용 관계자가 문 대통령에게 가입을 권유해 화제가 됐던 것이 다소 무색한 상황이다.

KB자산운용이 얼마 전 선보인 KB코리아뉴딜펀드도 설정액이 83억원으로 아직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출시한 '신한BNPP 아름다운SRI그린뉴딜' 펀드는 원래 사회적 책임기업에 투자하는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펀드를 뉴딜 투자에 맞게 리모델링한 상품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으며 관심 지속 예상

시장에선 민간 뉴딜펀드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 어린 시선이 많다. 뉴딜 사업의 핵심 분야인 배터리(2차전지)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이른바 'BBIG' 산업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전부터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이들 분야의 대표 기업들을 담은 민간 뉴딜펀드가 뚜렷한 차별성을 지니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간 뉴딜펀드 포트폴리오에 담긴 BBIG 관련 주요 종목들은 몇 달새 이미 크게 올라 조정 여지가 많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의 핵심 테마인 디지털·친환경은 단순히 국내가 아닌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뉴딜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테마형 펀드와 달리 BBIG에 속한 각 업종의 상위종목 3개씩을 똑같이 나눠 사는 것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만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실제 미래에셋운용에 K-뉴딜지수 ETF 시장을 선점당한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ETF를 운용하는 4개 대형 운용사들은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협업해 관련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ETF 상품을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중에는 상장할 예정이다. 단 에프앤가이드 지수 역시 BBIG 업종 내 대표종목을 토대로 개발되는 만큼 거래소의 K-뉴딜지수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의 기본 토대가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아 있고 정부가 정책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정책 모멘텀 측면에선 기대를 걸만하다"며 "관련 ETF 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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