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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A+' 성적표…위탁매매·IB 보면 비결 '딱' 나온다

  • 2021.05.26(수) 15:24

식지않는 투자열기…해외주식 열풍 계속
잇따른 IPO 빅딜에 IB 천덕꾸러기 탈피

증권사들의 지난 1분기 성적표는 슬쩍 훑어봐도 너 나 할 것 없이 'A+'다.

오랜 기간 증권업계에 몸담은 임직원들조차 이런 시절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전 부문의 성과가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이끈 쌍두마차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부문이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미래에셋·삼성 등 위탁매매 수수료 '급증'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거세게 불기 시작한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증권사들에 막대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분기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린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으로만 2559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37%나 증가한 것이다.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이 30% 늘어나는 새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은 무려 68%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560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이를 상쇄한 셈이다.

2890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미래에셋증권 뒤를 바짝 쫓은 삼성증권 역시 실적 호조의 가장 큰 배경은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에 있었다.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보다 82% 급증한 478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도 19% 늘어난 1930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전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2408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증가율(28%)에 있어선 미래에셋증권에 밀렸지만 해외 주식 예탁자산 증가율만 따져 보면 28%로 14%의 미래에셋증권을 앞섰다.

온라인 주식 거래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경우 전체 주식 위탁매매수수료 수익 규모에선 타 대형 증권사에 뒤처졌으나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102% 늘어난 589억원으로 가장 돋보였다. 이외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다른 대형사들도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투 1등은 IB 덕분

한국투자증권이 3506억원이라는 놀라운 순익을 달성하며 1분기 실적 왕좌에 오른 데는 IB 부문의 역할이 가장 컸다. 인수 주선과 기업 인수합병(M&A), 채무보증 등을 포함한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16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늘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인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주관사로 참여한 것을 비롯해 한화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 거래를 따내는 등 IB 강자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경쟁사들의 IB 실적을 압도했다.

지난 2018년 1910억원을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2019년 2887억원 △2020년 4122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1분기 성과를 고려하면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전통적인 IB 라이벌인 NH투자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 늘어난 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에 이어 여의도 파크원타워 관련 수익이 인식된 데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온시스템, SK해운 등과 관련한 주선 수익이 들어온 것이 주효했다. 

KB증권은 27.5%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기록 중인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을 기반으로 주식자본시장(ECM)에서도 대한항공과 씨에스윈드 등 대형 유상증자 딜을 여럿 성사시키며 811억원에 이르는 IB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가량 늘어난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 줄었지만 전분기보다는 41% 급증하면서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자문과 기타수수료가 부진했던 대신 IPO를 위주로 ECM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나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공동주관사)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대표주관사)를 비롯해 10개 기업의 IPO 딜에 참여했다.

삼성증권은 ECM 부문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가운데 구조화금융에서 415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전체 IB 부문의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보다 25% 늘어난 597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호조에 밑바탕이 된 위탁매매와 IB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연초 정점을 찍은 거래대금이 점차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에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내림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42조1000억원까지 늘어났던 일평균거래대금은 △2월 32조4000억원 △3월 26조2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IB의 경우 지난해 부진했던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권업종의 가장 큰 우려는 IB였다"면서 "올해는 백신 접종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IPO 등 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어 IB가 실적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역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들어 나타나는 해외 주식 거래대금 감소세는 주요 고객층인 20~30대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한 여파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장의 각종 자산 가격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증시로 자금 재유입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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