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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코넥스]입장료도 없어졌다…유의점은?

  • 2022.06.02(목) 06:10

예탁금 및 소액투자 전용계좌 제도 폐지
투자자 유입·거래 활성화 기대감 '솔솔'
코스피·코스닥과 다른 시장 파악 필수

코넥스(KONEX·Korea New Exchange)시장에 일종의 입장료와 같았던 기본 예탁금 제도가 폐지됐다. 한 때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변신이다. 이와 함께 소액투자 전용계좌 규제도 없앴다. 입맛에 맞는 증권사 계좌로 원하는 만큼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투자 편의성과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 만큼 리스크 파악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기본적인 환경에서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과 다른 점이 존재하고, 분위기 자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이 코넥스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눈부신 성장 후 정체기…기지개 켜나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기본 예탁금(3000만원) 제도가 폐지됐다. 지난 2013년 개장 당시 3억원에서 출발한 예탁금은 높은 진입 문턱이 시장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에 2015년 6월 1억원으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입로가 협소하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2019년 4월 3000만원으로 재차 낮아졌다. 이렇게 유지된 기본 예탁금이 약 10년 만에 없어진 셈이다. 동시에 소액투자 전용 계좌 제도도 사라졌다. 예탁금과 함께 거래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지목된 규제다.

기존에는 코넥스시장 상장종목 투자를 희망하지만 기본 예탁금(3000만원)이 없는 투자자들의 경우 소액투자 전용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이마저도 복수의 계좌를 만들 수 없었다. 여러 증권사들 가운데 1곳, 1인 1계좌만 가능했고, 연간 투자액도 3000만원으로 제한을 뒀다.

이런 저런 까다로운 제약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변모했다. 2013년 개장 초기 기관과 개인의 매매 비중은 42% 대 52%로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5% 대 89%로 개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확대됐다.

덩치도 커졌다. 21개 상장사, 시가총액 4960억원으로 시작한 코넥스시장은 현재 125개사, 시총 5조원을 넘어섰다. 시총 기준으로 보면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배이상 성장한 셈이다. 다만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투자자, 기업 모두 코넥스시장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기본 예탁금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의 배경이 됐다. 실제 올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50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85억원보다는 60억원 이상 줄었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코스닥시장의 마이너리그급인 코넥스시장을 경유하기 보다는 직상장을 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코넥스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2016년 50개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29개사, 21개사가 새로 들어왔고, 2019년과 2020년에는 17개사, 12개사가 상장하는 데 그쳤다. 작년에는 7개사뿐이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도 개편이 위축된 시장 상황을 풀어주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이 늘수록 가격 발견 기능이 향상될 수밖에 없고 주가 변동성도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다.    

한 코넥스협회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기대가 크다"며 "특히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 정상적인 주가 형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분위기 다른 코넥스…시장 파악 필수

금융당국이 코넥스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진입 장벽을 허문 가운데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과 큰 차이를 보이는 시장 환경 등에 대해서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기업 정보가 타 시장 상장사 대비 현저히 부족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코넥스시장의 경우 유가증권, 코스닥과 달리 의무공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1년에 한번 사업보고서만 제출하면 되고 분·반기 보고서는 면제된다. 공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책적 배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정자문인(증권사)를 지정해 기업현황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고 연 2회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지만 투자 정보는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사와 비교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투자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리포트 수도 적은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131개 코넥스 상장사를 대상으로 나온 리포트는 62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 관련한 리포트는 4626건이 발간됐다. 이 기간 비상장 벤처 투자는 7조68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시장 상장사 대부분이 중소·벤처기업들이고 회사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최소한의 공시 규제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길 수 있는 정보 공백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설명회 개최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이전상장 과정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는 벌점을 부과하고 있고 상장폐지 사유로 분류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매매 체계가 다른 점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코넥스시장에는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없는 '경매매 제도'가 있다. 말 그대로 경매 방식으로 체결되는 거래다. 매 거래일 오전 8시부터 8시30분까지 진행된다.

거래량이 적은 코넥스시장은 대량으로 물량이 출회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장 충격과 취약성을 방지하기 위해 경매매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잇다. 

더불어 주가 급변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없다. 유가증권이나 코스닥시장에서는 전 거래일 대비 지수가 8%, 15% 이상 하락해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20분간 거래를 중단한다. 20% 이상 급락하면 당일 거래를 종료시킨다. 대신 코넥스시장의 가격 제한 폭은 30%가 아닌 15%로 제한해 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점 효과 등으로 인해 비상장 내지 초기 단계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기본 예탁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투자자 유입 효과 및 이에 따른 거래 활성화 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코넥스시장은 벤처 기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고유의 매매 제도 등이 있는 만큼 상이한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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