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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은 환율...증시 외국인, 어디로 갈까

  • 2022.08.24(수) 10:10

원·달러 환율, 13년4개월만에 최고치
외인 이탈 가능성 두고 의견 엇갈려

원·달러 환율이 금융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타고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증시 회복을 주도했던 만큼 시장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더 경계하는 모습이다. 

달러 강세가 외국인 매도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과 당장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맞서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당국 경고에도 1340원 돌파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70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했다. 지난 22일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쓴 데 이어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상승을 이어가면서 이번 주에만 19.6원 상승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긴축 기조속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타고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최근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달러지수는 세계 주요 6개 통화인 유로, 엔, 파운드, 달러(캐나다), 크로나, 프랑 등과 비교해 달러의 평균 가치를 산출한다. 지수 산출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유럽 내에서 퍼지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는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특히 독일 7월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37.3% 올랐는데, 이 수치는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가뭄에 따른 해상 운송 지연과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기 둔화 공포에 '1달러=1유로'(패리티)는 또 다시 깨졌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달러·유로 환율은 23일 장중 0.9900달러에 거래되며 20년 만의 최저치에 도달했다.  

원화와 동조하는 위안화도 약세를 이어가며 원·달러 환율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위안화는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이어지며 그 가치가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역외 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6.84위안을 찍으며 지난 5월 기록한 전고점을 상회하기도 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2.5조 산 외국인 이탈 두고 '의견 분분'

멈출 줄 모르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 전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사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562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는 8월 중 25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율 급등이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외국인 매수세가 코스피 추가 하락을 방어해온 만큼 증시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국내 증시 또한 하방 리스크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물 시장에 선행하는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이탈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 규모는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200을 2조1897억원 매도, 2조2025억원 매수해 순매수 규모는 127억원에 그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 온(위험자산 선호)에서 리스크 오프(안전자산 선호)로 넘어가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외국인은 당장 현물 시장에서는 순매수 움직임을 보이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매도 우위가 잦다"며 "향후 현물 시장에서도 매도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외환보유고 상황과 국내 수출이 과거 대비 위험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 이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환율 상승이 당장 외국인의 매도 전환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달러 강세는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변수가 아닌 대외적인 변수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당장 외국인이 시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정책 기조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은 "물가가 고점을 지났다는 해석과 함께 연준의 긴축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려 외인 매수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이번주 잭슨홀 미팅에서 나오는 금리 인상 속도 관련 코멘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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