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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최대 2배 '과징금' 추진

  • 2022.09.25(일) 12:05

위법행위 갈수록 복잡·다양화…"처벌·차단 실효성 낮아"
최대 10년간 주식거래 및 상장사 임원 선임도 금지
연내 개정안 마련…부당이득 산정방식도 법제화

#1.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진과 그 친인척, 업무 관련자 등 14명은 호재성 정보를 공개하기 이전 자사 주식을 매수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특히 이 회사 임원진은 매출을 가공하고 허위로 공시해 유상증자에서 대규모 자금을 모집했다. 미공개정보이용 및 부정거래의 전형적인 사례다. 

#2. 전업투자자 김 씨는 가족과 지인을 통해 모집한 수십개 계좌로 테마주 등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들의 매매 유인을 위해 매크로프로그램으로 수백만회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했다. 그는 이에 벌금(형사처벌)·기소유예 조치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5년간 70여개 종목에 대해 시세조종을 하고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했다. 

#3. 시세조종 전력자인 박 씨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액면가액으로 한 비상장사를 인수한 후, 허위 과장된 사업내용과 상장 임박설을 퍼뜨려 일반투자자 수백명에게 자사 주식을 수백억원에 매도하는 부정거래를 저질렀다. 

놀랍게도 이들에게는 과징금이 전혀 부과되지 못했다.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상 3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상 형사처벌만 가능할 뿐 행정제재는 불가능해서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부당이득 금액의 최대 2배를 물리는 과징금 제재 도입을 추진한다. 또 불공정거래를 한 자에 대해서는 최대 10년간 주식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 활동도 금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투자자 피해·시장 신뢰 훼손…형사 이외 행정제재 추진

25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불법행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가운데 일부 전력자가 위법을 반복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고 시장 신뢰도 훼손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처럼 제재 실효성을 강화해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당국은 현재 형사처벌만 가능한 3대 불공정거래에 과징금을 신설할 예정이다. 부과 범위는 부당하게 취득한 금액의 최대 2배까지로 확정했다.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불공정거래처럼 경제적 동기에서 기인한 위법행위는 불법이익을 박탈하는 금전적 제재가 효과적인 수단"이라면서 "그러나 현행법상 과징금이 없어 환수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이번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제재는 현재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그 과정은 복잡하다. 증선위가 검찰에 혐의를 통보하면 검찰이 수사를 거쳐 그 결과를 다시 증선위에 통보한 다음에야 제재가 가능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그간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 확정까지는 평균 2~3년이 소요됐다. 위법 행위자가 판결 이전까지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 적시성에 허점이 큰 셈이다.

형사처벌 특성상 엄격한 입증책임이 요구되는 점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 수준을 낮추는 요인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지난 2020년까지 5년간 검찰에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율은 무려 55.8%에 이른다. 김 과장은 "최근 3년간 증선위 조치기준으로만 3대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자의 21.7%가 전력이 있는 자들"며 "반복해서 일어나는 걸 실효적인 조치로 예방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증선위가 검찰에 혐의를 통보한 지 1년이 경과했거나 검찰과 협의한 경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기 전에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만 동일 위반행위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부과된 과징금을 취소하거나 벌금 상당액을 과징금에서 제외한다. 

과징금 도입과 동시에 불공정거래 제재의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금액 산정방식도 법률에 명시한다. 이를 통해 과징금 또한 이 부당이득 금액의 2배 이내, 산정 곤란 시 50억원 이내에서 부과할 계획이다.

명의 불문 불공정거래 시 거래 제한…"기간·횟수도 고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하면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도 같이 추진된다.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 주식 관련 사태 등 증권과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을 포괄하는데, 여기서 '거래'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지인 등의 명의를 불문하고 자신의 계산으로 저지른 직·간접적 행위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주식배당에 따른 주식 취득 등 이미 체결된 계약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외부요인에 의한 거래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는 3대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질서 교란 행위, 무차입 공매도, 기타 모든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자를 대상으로 증선위에서 지정한다. 고발‧수사기관의 통보와 별개로 금융당국의 독자적인 판단 아래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는 불이익처분을 부과하는 것이다. 

거래제한 기간은 아직 하위규정을 통한 세부 조치기준이 필요하지만, 최대 10년 안에서 개별 사안별로 위반행위의 내용이나 정도, 기간, 횟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또 이 거래제한 사실에 대해 대상자의 인적사항, 위반내역, 제한 기간 등도 공표할 방침이다. 만약 이런 조치에도 거래제한 대상자가 거래를 하면 당해 제한 대상자는 물론 거래를 처리한 금융회사에도 과태료를 부과한다. 

김 과장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 홍콩에서는 이런 행정 제재 조치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참고했다"고 말했다. 

위법 행위자 자유 침해?…"시장질서·투자자보호도 중요"

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상장사 임원으로 선임되거나 활동하는 것을 제한하는 기간도 최대 10년으로 못박았다. 위법행위 당시 직급과 상관없이 이후 상장사나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을 일절 금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우에는 그 직위를 박탈한다. 이때 임원의 범위는 이사, 감사 및 회장이나 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 명칭으로 회사 업무를 한 자다. 

김 과장은 "직원 신분으로 위반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위법성의 정도가 클 경우, 향후 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임원 선임 제한 조치예정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당국은 사전에 이를 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와 이의신청권을 부여한다. 개인의 재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유 못지않게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일반투자자를 보호할 법적 이익도 매우 중요하다"며 "캐나다와 미국 등은 영구적으로 자본시장 거래 또는 임원선임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방안은 법 개정과 국회 의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국은 자본시장 거래제한과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는 2020년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징금 도입 법안은 같은 해 9월 윤관석 의원으로 발의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당국은 이들 법안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논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 제고가 국정과제에 포함된 이후 지난 6월 정책세미나와 7월 민간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 확정한 방안"이라며 "국회에서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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