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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우등생만 모은 글로벌 세그먼트, 상품화는 '글쎄'

  • 2022.12.08(목) 07:42

시총에 ESG 수준까지 평가…"옥석가리기는 성공"
운용업계 "지정 철회 신청으로 불확실성 높아"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저평가'라는 국내 증시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최근 베일을 벗었다.

편입기업은 코스닥150 편입기업의 3분의 1 수준인 50여 곳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우량기업을 성공적으로 골라내 기존의 코스닥시장 대표 지수인 코스닥150과 차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최종 목표인 상품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신청제도로 운영되는 만큼 종목 편출입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한국거래소

1차 목표 '옥석가리기'는 성공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출범한 글로벌 세그먼트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코스닥 블루칩으로 선정된 51개 종목이 편입됐다. 이들 편입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76조8260억원에 달한다.

시총 톱 10종목 중에선 에이치엘비, 에코프로, 셀트리온제약 등이 빠졌다. 이 가운데 몇몇 기업이 편입 신청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한국ESG기준원(KCGS)의 평가등급 B등급 이상, 매출 3000억원(바이오업종은 300억원)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예 신청서를 내밀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애초 글로벌 세그먼트의 기획 의도였던 '옥석 가리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코스닥 상장사 중 지배구조 이슈가 없고,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들을 골라내 시장에 우량한 투자처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의 대표 벤치마크(BM) 지수인 코스닥150에서 시총 외에 실적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기준을 강화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세그먼트에는) '우량하다'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종목들이 들어가 있다"며 "단 코스닥150이 공고한 BM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당장 글로벌 세그먼트로 방향을 틀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업계 "상품화는 아직 요원"

증권가에선 글로벌 세그먼트의 성공 여부는 지수를 활용한 '상품화'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산운용업계의 태도는 아직 미온적이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선호가 미미한 분위기 속에서 코스닥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신규 상품을 출시하기 녹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미국 나스닥100이나 S&P500지수 추종 상품에만 투자자 수요가 있고 국내증시 지수 추종 상품에는 자금 유입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테마성 상품에만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형 운용사들의 글로벌 세그먼트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거래소에서 산출한 지수인 만큼 타사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형 운용사 ETF운용본부 관계자는 "거래소가 만든 지수인 만큼 지수를 확보하긴 쉽다"면서도 "대형사들과 똑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내놓으면 브랜드나 마케팅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중도 철회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글로벌 세그먼트는 여타 지수와는 달리 신청제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신청 후 편입기업으로 지정되면 매년 5월 거래소가 심사를 통해 지정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즉 편입 요건에 충족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직접 거래소에 신청하지 않으면 세그먼트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매년 편출입을 재심사하는 만큼 기업들이 지정 종목 지위를 포기할 수도 있다. 지수 운영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는 기업이 철회를 신청하면 바로 다음 차례부터 지수에서 빠지게 되는 구조"라며 "지수를 활용한 상품화 이전에 이런 부분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거래소에서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200 등 기존 지수에서도 종목 변경이 발생하고 있다"며 "글로벌 세그먼트라고 해서 변동성이 유달리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그먼트 편입 기업이 굳이 지정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도 작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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