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로 번 돈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지금처럼 '뜨거운 감자'가 된 계기는 올해 대통령 선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올 초 보유 금액과 관계없이 주식에 대한 과세 자체를 없애겠다며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완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언뜻 보면 왜 주식 양도세를 없애는데 금투세가 논란인지 의문이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세금은 증권거래세와 함께 어디까지나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시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같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법정 처리기한을 넘긴 '2023년도 예산안 부수 법안'에서도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한 합의 여부가 금투세 유예나 증권거래세 인하의 운명을 결정했다.
주식 양도세와 금투세, '따로 또 같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를 할 때 매기는 세금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여야 대립이 팽팽했던 주식 양도세다. 이 세금은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즉 매년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특정 종목의 보유 금액이 10억원을 넘거나 지분율이 1%(코스피 기준, 코스닥은 2%) 이상인 대주주에만 과세한다. 주식 양도세 완화를 두고 부자감세 논란이 일었던 까닭이다.
주식 양도세는 보수와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다. 실제 2000년대 100억원 또는 지분율 3% 이상이던 대주주 기준은 △2013년 7월 50억원 또는 지분율 2%(이하 코스피 기준) △2016년 25억원 또는 지분율 1% △2018년 4월 15억원 또는 지분율 1% △2020년 4월 10억원 또는 지분율 1% 등으로 계속 하향(강화)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한 공약과 지난 7월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 이상으로 높이겠다며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세수 수준을 20여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결국 여야의 진통 끝에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주식 양도세가 극히 일부인 큰손 투자자들에 물리는 세금이라면, 아직 시행 전인 금투세는 과세 대상을 좀 더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금투세는 보유 규모와 상관없이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벌어들인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을 넘으면 누구든 내야 한다. 그나마도 수익 3억원까지는 20%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25%로 올라간다.
금투세는 모든 금융투자 소득에 차별 없이 일관되게 과세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세제 개혁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도입 예정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대주주 기준 완화와 함께 낸 세법개정안에 금투세 도입까지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결국 이들 세법은 이대로 얽혀 지금까지 여야 협상 테이블에서 지난하게 논의돼 왔다.
손실나도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
국내에서 주식에 투자할 때 내야 하는 또 다른 세금은 바로 증권거래세다. 돈을 잃든 벌든 주식을 팔 때는 반드시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일종의 유통세다.
보유 금액이나 수익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물리는 세금이다 보니 적용 대상도 주식 양도세나 금투세에 비해 훨씬 많다. 이처럼 과세는 주식에 투자하는 거의 모든 투자자에게 하면서, 손실이 날 때조차 세금을 떼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거래세에 대해 비판이 일곤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방향을 추진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금투세를 시행하고 증권거래세는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시 야당 의원이던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가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증권거래세는 실제로도 2020년 0.25%에서 지난해 0.23%로 내려갔고 2023년 0.20%로 더 낮아진다. 야당은 내년 세율을 0.15%로 제시했지만 결국 정부·여당안이 최종 채택됐다. 주식을 판 누구에게나 뗀다는 점에서 보다 보편적인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데 속도 조절을 한 셈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는 지난해에만 15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돼 세수안정 측면에서는 거래세를 유지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식 양도세와 동시에 부과할 경우 개인투자자의 신규자금 유입과 증시 활동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