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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총 D데이.…'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의 선택은

  • 2024.03.19(화) 06:30

국민연금 지분 7%.... 배당안 표결 주목
글로벌 자문사, 이사회측 안건에 찬성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서 직접행사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19일 열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표심에 눈길이 쏠린다. 표대결을 벌이는 공동 창업자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 지분(7.5%)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중심의 이사회와 장형진 영풍 고문을 중심으로 한 최대주주 영풍 측 지분율이 모두 32%대로 비슷한 수준이다.

양측이 맞붙는 안건은 배당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모두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에 대해 찬성 표를 던진만큼 국민연금도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이 최근 삼성물산 정기주총에서 글로벌 자문기관의 권고와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한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5000원 vs 1만원…배당안 맞대결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1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안건과 신주발행 대상을 외국계 회사로 국한하는 내용의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자 최대주주인 영풍은 현금배당을 1만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하는 동시에 정관변경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를 받아야하는 사안인 만큼 영풍의 승리가 점쳐진다. 상법에 따르면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영풍 측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32.09%다. 따라서 작년처럼 주주총회 참석율이 86%이고 영풍 측이 모두 반대 표를 던질 경우, 이미 반대가 39%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하다.

보통결의로 진행하는 배당안건에선 결과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의 과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양측 모두 지분율이 32%대로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요건을 충족한다. 출석주주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 쪽이 승리한다.

따라서 7.5%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로 작동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투자목적을 최근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고려아연을 비공개대화 대상 및 비공개·공개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주총 의결권과는 무관하지만, 투자목적을 바꾸면서 지분도 일부 매각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기존 7.69%에서 7.49%로 0.2%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연금, 글로벌 자문기관 따라갈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는 고려아연 주총 안건과 관련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의결권 행사를 넘기지 않고 직접 행사 방향을 결의했다. 기금이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이거나, 수책위 위원 3분의 1이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회부를 요청할 경우 수책위로 의결권행사 권한이 넘어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의결권을 행사키로 했다.

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을 위한 지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회사의 적정배당 정책에 의한 배당에 찬성한다. 그러나 회사의 재무상황, 투자기회, 자사주 매입 규모, 임직원에 대한 보상 등을 고려했을 때, 배당금 규모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너무 적거나 혹은 너무 많다고 판단할 경우엔 반대 표를 던진다. 

실제로 국민연금 수책위는 삼성물산 주총에서 과다배당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삼성물산 이사회는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 안을 올린 반면,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수책위는 이사회의 배당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며 이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 낸 의견과는 상반돼 시장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금운용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이 너무 적은 것도 불편하지만 반대로 과대한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계속 황금알을 낳도록 해야지 배를 가르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연금이 신주발행 대상 관련 정관변경안과 장형진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에 대해 의결권을 어떤 방향으로 행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두 안건 모두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경영권 분쟁에 국민연금의 평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정관변경안에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의 배당과 정관변경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ISS도 이사회의 배당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정관변경에 대해선 반대의견을 내 사실상 영풍 쪽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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