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판 돈을 이틀 뒤에 받을 수 있는 현행 결제시스템(T+2)은 투자자의 자금효율성을 저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 급히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들은 하루나 이틀 먼저 결제대금을 받기 위해 이미 매도한 자기 주식 매도대금을 담보로 높은 이자까지 부담하고 있고 있다. 매도대금담보대출(이하 매담대)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개인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규모가 큰 증권사들은 상당한 금액의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담대는 이미 확보된 결제대금을 담보로 한 사실상의 '무위험 대출'이지만 이자율은 최고 10%에 이른다. 이자율 산정에 대한 기준도 불투명해 이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올해 넉달 매담대 이자만 313억 챙긴 키움증권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가 2023년부터 3년간 벌어들인 매담대 이자수익은 1753억60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매담대 이자수익은 659억2000만원으로 2024년 508억6000만원보다 150억6000만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0대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의 매담대 수익이 365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증권도 232억1000만원을 벌어 들였다. 두 곳 증권사에서만 전체 매담대 이자수익의 90.7%가 집중됐다.

주가 변동성이 커진 올해 들어서는 매담대 이자수익 규모가 더욱 커졌다.
올 들어 지난 4월말까지 넉달 동안에만 10대 증권사의 매담대 이자수익은 536억원으로 2024년 연간 수익을 훌쩍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같은 기간 313억2000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고, 미래에셋증권은 168억원을 벌었다. 키움증권의 올해 4개월 매담대 이자수익은 키움증권의 올 1분기 금융상품 이자손익(188억원)의 갑절 수준이다.
특정 증권사에 이자수익이 집중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 대상 브로커리지 고객의 비중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매담대를 법인이나 외국인 고객이 쓸 일은 없고, 지점에서 PB들에게 운용을 맡기는 고액자산가들도 마찬가지"라며 "키움증권이 일반 개인고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매담대 비중도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T+2' 탓에 마지못해 쓰는 대출, 금리는 9~10%
매담대는 주식을 매도한 후 결제대금을 받기 전에 그 매도대금을 담보로 증권사가 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결제일이 매매일(체결일)로부터 2영업일(T+2)이 소요되기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대출상품인데, 투자자 입장에선 이미 내 주식을 판 내 돈을 담보로 이자까지 부담하는 셈이다.
'주식 판 돈'이라는 담보가 확실하기에 증권사 입장에선 손쉬운 돈벌이다. 매도대금을 지급하면서부터 이자를 떼고 주며, 대출금은 1~2일 뒤 결제일이 되면 자동으로 상환된다. 사실상 '무위험' 대출이다.
주식 판 돈을 하루 이틀 먼저 주는 단순한 상품으로 '대출'이라는 명칭도 부담스럽다. 일부 증권사가 대출이라는 이름 대신 'OO서비스' 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리츠증권은 '매도자금 바로출금 서비스'로 칭하고 있고,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판매금 미리받기'로 대출이란 표현조차 하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쓸 일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급전이 필요한 경우 주식 판매금을 하루라도 먼저 받으려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증권사의 이자수익이 급증한 것처럼 최근 빚투 증가에 따라 이용자 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순한 상품구조에 비해 높은 이자율이다. NH투자증권이 연 10%로 가장 높고, 가장 큰 이자수익을 올리는 키움증권이 9.5%로 이자를 받는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9%, 신한투자증권도 고객 자산에 따라 최대 9.9%를 받고 있다. 너무 높은 이자율에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7.95%로 낮추기로 했고, NH증권도 이달 중 이자율을 내리기로 했다.
국회에선 "이자율 산정근거 공개해야"...감사원도 감사 착수
매도대금담보대출에 대한 문제 인식은 올초 결제주기 단축 논의와 함께 공론화 됐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팔았는데 왜 모레주냐"며 "증권사들이 그 사이에서 꽤 혜택을 보는 모양"이라고 매담대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앞서 이 대통령에게 결제주기 문제를 전달한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증권사들이 주식 대금을 미리 당겨 주고, 이자를 챙겨 돈을 버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내 돈 빌려서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제주기 단축까지는 시간이 더 지체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결제주기 단축을 논의중인데 현재 계획대로라면 오는 10월에 로드맵 정도가 발표될 예정이다. 실제 결제주기 단축까지는 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장은 증권사의 높은 이자율에 시선이 쏠린다. 미래에셋증권이 오는 27일부터 매담대 이자율을 9%에서 7.95%로 내리기로 했지만 여전히 싸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이자율 9.5%에 가장 많은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는 키움증권은 아직 인하 계획이 없다.
높은 이자율의 산정근거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각 증권사별로 이자율 안내는 하고 있지만 9~10% 수준의 이자를 받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평가나 기준은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투협이 제공하는 금융투자회사 공시에도 증권사별 이자율만 단순히 안내되는 수준이다.
이자율 산정 근거를 공시하도록 하는 입법 움직임도 나온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증권사에 매담대 이자율의 산정 근거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이미 매도됐거나 환매가 청구된 증권의 결제대금을 담보로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 이자율 산정의 근거와 그 내역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조 의원은 "매도대금담보대출은 확정된 결제대금을 담보로 한 사실상 무위험 대출 성격임에도 증권사들이 최대 10%의 과도한 이자를 수취하고 있다"며 "이자율 산정 과정을 공개해 합리적 근거 없이 취해 온 폭리 명분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감사원도 증권사들의 신용융자와 대출금리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금융위, 금감원 등에 대한 '금융투자자 보호실태'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증권사 대출금리의 산정 및 공시의 적정성, 이용수수료의 투명성 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