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한 사업자가 이동통신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
지난달 제4이동통신사의 승인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의 답변이다. 지금과 같은 경쟁구도라면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승인한다 해도 생존 확률이 매우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쟁시장 환경은 개선된 것이 없는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풀 수 있다는 시그널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으로 후발 경쟁사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을 막고 유무선 사업자간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취지에서 1991년 도입됐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50%를 넘긴 SK텔레콤과 시내전화 시장점유율 81%를 차지하고 있는 KT가 각각의 사업부문에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인가를 받고 있다. 나머지 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인가제가 폐지되면 SK텔레콤은 마음대로 요금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현재로서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단정할 수 없지만, 요금제와 가계통신비 부담 및 이용자보호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제 제도개선 로드맵을 오는 6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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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요 통신사업자 시장점유율 (단위:%) [자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
◇통신요금 인가제 마저 사라지면…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현재 이동통신시장이 충분히 경쟁 상황이라고 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개 네트워크 사업자가 있고 28개 알뜰폰 사업자까지 있으니 특정 사업자의 절대적 우위 환경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신규 사업권 허가,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자 수가 조절됐고, 전체 시장점유율이 극히 미미한 알뜰폰 사업자가 28개나 된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 점유율 구조는 그대로다.
또 요금인가제는 사업자의 요금설정 권한을 제한해 요금경쟁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행 요금인가제는 요금 인상에 대한 제한 장치일뿐 인하하는 경우는 인가가 필요없다. 즉 요금인하 경쟁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강동원(무소속) 의원은 "요금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통신시장 혼란과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EU 주요국의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하락 추세에 있다"면서 "1·2위 사업자간 점유율 차이도 12%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력으로 기본료 인하, 초단위 과금, 발신번호표시 무료를 실시하면서 요금인하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활성화 정책 만들어야
최근 국회로부터 희소식이 전해졌다.
여야는 지난 24일 원내대표 회의를 열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단통법은 보조금의 투명한 공시뿐 아니라 제조사 장려금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음성적인 보조금 경쟁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단통법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시행은 6개월 이후인 올 3분기부터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단통법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은 정부 눈치 본다고 보조금 경쟁이 잠잠할지 모르지만 언제 또 가열될지 모를 일이다.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현상만 완화시키면 쉽게 재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요금경쟁 및 서비스기반 경쟁 촉진을 저해하는 과도한 보조금 싸움을 억제시키기 위한 정책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이통사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 유인을 없애고 투명성 제고를 통해 이용자 차별, 단말기 과소비 등의 부작용을 축소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알뜰폰 사업자 수는 증가해도 이통사와의 보조금 경쟁 한계, 단말수급 능력 한계, 데이터 서비스 제공능력 한계로 시장이 클 수 없다"면서 "도매제공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후발주자와의 경쟁 유도가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