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AI 안전성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 통과가 하세월이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AI 기본법인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끝에 폐기됐다.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AI 관련법은 다시 법안 발의부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미 각국에서 AI 기술 못지않게 '적절한 규제'에 대한 유인이 커지는 만큼,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AI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생성형 AI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AI 기술을 규제하는 'AI 법(AI Act)'을 최근 최종 승인했다. 이 법은 의료, 행동감시, 선거 등 AI 오남용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분야를 구분해 사람이 감독하게 하고, 인간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AI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수 빅테크 기업을 대거 보유한 미국도 AI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가 안보와 경제, 공공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AI 모델은 훈련 단계부터 정부에 고지하고 안전성 평가를 받도록 한 AI 관련 행정명령으로 지난해 10월 발동했다.
일본 역시 AI 안전성 확보를 위해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직접 'AI 전략회의'를 열고 인권침해 등 범죄 위험성을 논의하고 AI 법률 규제 검토를 개시했다. 세계 주요국이 AI 규제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자 이런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AI 규제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주 개최한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안전한 AI는 핵심 의제였다. 세계 주요국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안전하고 혁신적이며 포용적인 AI를 위한 서울 선언'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를 국제 AI 거버넌스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서 이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AI 기본법이 마련되고) 신종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시행령에 담아야 다가올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AI 기본법은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를 논의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구성부터 정부부처와 시민사회 의견수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통과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연내 법안 통과는커녕 앞으로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AI 규제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단지 규제만이 아니라 AI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