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의 사이버 침해 사고로 고객과 국민께 많은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SK그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해킹사고 관련 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리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마음 졸인 고객의 불편은 더욱 컸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걱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특히 최 회장은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이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할 부분"이라며 "고객뿐만 아니라 언론, 국회, 정부기관의 질책은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사고 원인 규명과 동시에 유심 보호 서비스, 유심 교체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해킹 피해를 예방하는 한편 SK그룹 전반의 보안체계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일단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와 별도로 SK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보안 투자에 대한 구체적 규모를 확정하진 않았으나, SK텔레콤를 비롯해 SK C&C, SK하이닉스 등 IT분야 그룹사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보안은 IT영역이라 생각하고 그분들에게만 전담된 것 같다"며 "이게 얼마나 저희에게 중요한 사안인지 깨닫고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최 회장은 "보안 문제는 국방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는 안보이고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국가적 통신 인프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고, 기업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 최고 수준의 보안 체계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안에 구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을 해지하는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문제는 SK텔레콤 이사회 결정으로 넘겼다. 최 회장은 "솔직히 제 생각이 어떠냐는 중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용자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 등을 같이 검토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에 대해선 이사회가 논의중이다. 제가 SK텔레콤 이사회 멤버가 아니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가 지난 6일 오후 6시 기준 2411만명에 달하는 등 적용 가능한 고객 상대로는 100% 적용된 상태라고 밝혔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SK텔레콤 가입자가 2300만명가량이고, 알뜰폰은 200만명 수준"이라며 "로밍 가입자 약 100만명은 유심 보호 서비스 자동 가입이 유보된 상태인데, 오는 14일 정도 되면 로밍 이용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유심 교체 규모는 107만개이며, 이달 말까지 500만개, 내달 500만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불법 유심이나 복제폰 피해 사례는 아직 접수되거나 확인된 바 없다"며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보호해서 고객 여러분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신규 고객 가입을 중단하고 있는 조치의 해제 계획에 대해선 "고객의 불편과 불안을 빨리 해소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임봉호 SK텔레콤 MNO 사업부장은 "대리점은 신규 판매를 할 수 없는 피해가 있는데, 사태를 빨리 수습하고 대리점을 케어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며 "유심 보호 서비스와 e심 제공, 유심 재고가 확보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규 판매중지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고객의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SK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살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