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41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대주택 등 국책사업을 수행하다보니 빚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까지 됐다는 게 LH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매번 재무구조 개선이 현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뾰족수는 없다. LH는 회계 계정을 분리해 국책사업에서 생긴 부채는 정부 기금의 출자전환이나 출자비율 상향조정 등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기금의 출자를 늘리면 재정이 위협받는다며 줄곧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이 뒷걸음질하면서 LH의 부채문제는 더욱 꼬였다.
LH 입장에서 부채를 줄이려면 수익성 있는 사업을 많이 벌여 아파트와 땅을 분양해 매출을 일으키고 돈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공공분양은 축소하고 택지개발 사업규모도 줄여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방침이다. 오히려 '행복주택' 등 LH 입장에서는 돈 들어갈 일만 더 많아졌다.
이처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빚을 줄여야 하는데 사업도 축소해야 한다는 게 LH의 딜레마다. 이재영 LH 사장(아래 사진)은 취임 100일을 맞아 23일 분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의 일단을 밝혔다.
이 사장은 "내년부터 택지개발과 공공주택 건설에 민간참여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부채 해소를 위해서는 민간참여를 통해 막대한 사업비를 분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 20조원의 사업 규모를 유지하면서 LH의 재무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은 민간참여 등 사업방식 다각화 밖에 없다"며 "총 사업비의 20%(약 4조원)를 민간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우선 택지개발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이 50% 넘게 지분을 갖고 민간과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단지를 조성하고 재무적투자자와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자와 시공을 분담하고 수익도 나누는 방식이다.
LH는 이를 위해 이미 지정된 택지지구 가운데 민간참여자를 공모하고 시행사업자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자본을 활용하면 초기 보상비 등 사업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공공주택건설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법도 제시됐다. 공사가 토지를 임대형식으로 제공하고 민간이 주택을 건설하는 지주공동사업(협약체결) 형태다. 공사는 고질적으로 팔리지 않는 땅을 이런 식으로 처분하면 LH 자금부담은 줄어들고 민간은 초기 토지투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택지개발에 민간을 참여시키려면 취득세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관련 법도 손질해야 한다. 공공주택건설 역시 민간과 공동협약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시행령이나 지침 등의 제도보완이 선행돼야 한다.
관건은 고위 관료 출신(옛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인 이 사장의 정치력이다. 주무부처를 설득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도 이끌어 내야 한다. 임대사업에 대한 부채와 행복주택 사업 에 대한 정부의 지원 도출 역시 그의 손에 달렸다.
이 사장은 "공사의 문제점과 현상에 대한 진단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본격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중앙부처와도 적극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