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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통령실 앞뜰이 궁금해'…주말 용산공원 가볼까

  • 2022.06.09(목) 11:00

시범개방 전 미리 방문한 '용산공원'
장군숙소 등 공원 곳곳 미군 흔적도
편의시설 확충했다지만 벤치·테이블 뿐

서울 용산 고층 빌딩 속 띄엄띄엄 위치한 단독주택들. 지난 120여 년의 세월을 보여주듯 굵고 높이 뻗은 가로수. 곳곳에 보이는 영어 표지판.

민간 개방을 앞둔 용산공원의 모습이다. 지난 7일 오후 방문한 이곳은 그간 민간의 접근이 극도로 제한됐던 과거를 보여주듯 시간을 비껴간 모습이었다. 작년 7월 개방된 뒤 단숨에 '핫 플레이스'가 된 장교숙소 5단지와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요소들이 가득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일부터 시작하는 용산공원 시범개방에 앞서 7일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현장을 개방했다. 장군숙소와 대통령실 남측구역, 스포츠필드 등 시범개방 구역 전체를 먼저 둘러볼 수 있었다.

용산공원 초입 장군숙소 전경 / 이하 사진=국토부

공원 곳곳 미군 흔적…'레트로·이국적' 공간

용산공원 입구는 총 21개의 문 중 '14번 게이트(Gate 14)'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낮은 건물들은 과거 장군 숙소로 쓰였던 곳이다. 인근 고층 건물들과 대비돼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빨간 지붕과 단독 정원, 커다란 대문과 창문 등이 이국적인 인상을 풍긴다.

길 곳곳에서 미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110볼트와 220볼트가 혼용된 목재 전신주가 대표적이다. 재료를 대부분 콘크리트로 바꾼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소화전 또한 미국 소방관의 오각모자를 본 따 제작했다고 한다.

야구장에는 대통령실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헬기 착륙장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대통령실 건물과 남산타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선착순으로 운영하는 대통령실 앞뜰 관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이날도 대통령실 앞뜰은 준비가 되지 않아 먼발치에서 대통령실 건물을 바라봤다.

마지막 장소인 스포츠필드로 가는 길에는 배구연습장이 있다. 과거 연습시설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우리 여자배구 국가대표 선수단이 빌려 사용하기도 했다. 스포츠필드는 기존 용도를 살려 축구장, 야구장 등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개방의 주제 중 하나는 '경청'이다. 곳곳에 10개의 '경청우체통'을 설치했고, 전망대 맞은편 바람정원에는 관람객들의 소원을 담은 바람개비를 꽂을 수 있게 했다. 

3시30분께 시작한 행사는 4시30분에 끝났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15분가량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둘러보는 데 45분이 걸렸다. 국토부는 관람객의 혼잡도를 고려해 방문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했는데, 여유롭게 관람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용산공원 곳곳에 설치된 경청우체통

개방일정 미뤘는데, 편의시설 여전히 부족한듯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이번 시범개방을 위해 마련한 벤치들이 놓여있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거대한 나무 아래 새것임이 분명한 반들반들한 벤치들은 이질적으로 보였다.

애초 차도였던 가로수길에 '카페거리' 명목으로 줄지어 세워 놓은 의자와 테이블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회차마다 방문하는 500명의 관람객을 모두 수용하기엔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보였다. 한차례 개방일정을 미뤘음에도 옛것과 새것의 조화나 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듯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스포츠필드는 개방을 위한 조성 절차가 한창이었다. 국토부가 자부했던 '국내 최초 20m 초대형 그늘막'은 아직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사진 촬영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국토부는 앞서 "대통령실 앞뜰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문 이후 "경호 관계로 문과 경호원이 보이는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해 위치나 근무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추가로 들어왔다. 본격적인 시범개방 전 명확한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공원 야구장 인근. 시범개방을 위해 설치한 벤치가 놓여있다.

안전 조치 완료…"관람 위험하지 않아"

용산공원은 총넓이 300만㎡로 서울 여의도 크기에 맞먹는다. 다만 이번 시범개방에는 직선 1.1㎞ 규모의 공원 일부만 개방했다. 미군이 반환한 토지가 아직 전체의 10%에 그치고, 일부 공간에서 오염물질이 발견되면서 방문할 수 있는 구역이 확 줄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 이 부지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기타 1급 발암물질 10여 종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토부는 미국과 오염제거 비용 등의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세한 자료 공개를 꺼렸다.

김복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환경부 조사는 오염원 중 최고치를 말한 것으로 전체 부지의 평균값은 확인할 수 없다"며 "지하가 오염된 것이기 때문에 오염된 토양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공원 관람이 위험하다는 것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시범개방 전 토지를 포장해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피복' 조치를 하고, 오염도가 높은 곳은 출입을 제한하는 등 안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방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부지들도 오는 9월까지 오염 저감 조치를 마치고 개방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현재 용산공원 오염 저감을 위한 연구용역과 저감 조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9월 이같은 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용산공원 임시개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용산공원 시범개방은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진행한다. 방문일 5일 전부터 예약할 수 있으며 방문 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이미 예약을 진행한 10~12일은 매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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